나는 영국 기사를 보기 위해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데일리 메일(Daily Mail) 웹사이트를 거의 매일 방문한다. 영국에는 몇몇 일간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데일리 메일이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두루 다루고 있고, 무엇보다 비교적 쉬운 영어로 되어 있어서 몇 년 째 그렇게 데일리
메일을 본다.
그렇게 데일리 메일을 보다 보면 종종 한국과 관련된 기사들도 있는데, 해외 언론에서
마주치는 Korea라는 단어는 더욱 반갑게 느껴지곤 한다. 특히,
그 기사가 한국에 대한 좋은 내용일 경우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괜히 우쭐해지기까지 한다. 반면에 한국에 대해 안 좋은 내용일 경우에는 기분이 안 좋고 괜히 부끄러워진다.
최근에도 그렇게 나를 부끄럽게 만든, 아니 그보다는 나를 슬프게 만든 한국에 대한 기사가 데일리 메일에 올라왔는데, 바로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는 기사였다.
우리 나라의 자살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렇게 세계
순위 상위권에까지 해당된다는 소식은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살률이 높은 다른 나라들은 아직 후진국이거나 극심한 빈곤에 처해 있거나 무시무시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이 높은 자살률은 납득하게 하지만, 우리 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다소 납득하기가 어렵다.
대한민국은 이제 분명히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고, 여러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분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린 것일까?
한국이 세계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다른 항목들을 살펴보면 더더욱 우리 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고, 초고속 인터넷을 비롯한 최첨단화가 세계에서 가장 잘 보급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정말 전 세계 어디를 봐도 한국처럼 모든 것들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갖춰진 곳이 없으며, 온갖 먹을 거리, 즐길 거리들이 넘쳐나는 곳이 한국이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중 한국처럼 살기 편하고 재미있는 곳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런데, 그렇게 편리하고 그렇게 신속하고 그렇게 재미있는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정작 왜 한국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 훨씬 불편하고 느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자살을 더 많이 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있을 것이고, 일반인들도 누구나 이에 대한 원인으로 몇 가지 정도는 지목할
수 있을텐데, 나 역시 감히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지목하자면 나는 한국인들이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는 것과
남들을 기준으로 살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들은 모든 면에서 극도의 경쟁을 해야 하고, 그 경쟁에서 상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도무지 인간 대접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도 어떻게 보면 그 만큼 어렸을 적부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어디에서든 상위권에 속해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인들은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모든 부분에서 남들과 비교하면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뒤쳐지거나 혹은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무시하거나 손가락질을 하고, 그 속에서 극도의 박탈감과 마음의 상처,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점은 지나친 경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경쟁에서 하위권에 속하거나 뒤쳐지면 남들로부터
무시당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기에.
이런 습성은 비단 한국인들만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유독 한국인들이
이런 습성이 강하다.
빈부의 격차는 영국에서도 얼마든지 심하고, 극도의 빈곤에 처한 사람들, 취업이 안 되는 젊은이들, 미혼모들 등 그야말로 비참하고 우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영국이든
전 세계 어디든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나라마다, 사회마다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그것이 똑 같은 상황에
처하거나 똑 같은 사건을 만나도, 누군가는 자살을 택하고 누군가는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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