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유로존 경제 유럽판 아베노믹스도 쉽지 않다
지난 2/4 분기 유로존 경제가 2013년 GDP를 기준으로 전체 유로존의 66%에 해당하는 주요 3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동반 부진으로 제로 성장을 보였다.
재정위기에 빠져 구제금융을 받았던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반면,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독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제 부진은 구조개혁의 더딘 진전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재정위기가 고조되었을 당시 유로존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독일과 프랑스, 구제금융을 모면했던 이탈리아가 충분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회복의 걸림돌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는 오래 전부터, 프랑스는 작년 3/4분기부터 유로존 평균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독일이 그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주요 3국의 부진이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되었다. 반대로, 경제규모 4위 스페인은 올해 1/4분기부터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금융완화를 실시했지만, 유로존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이들 3국의 협력을 통한 재정확대와 구조개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유로존 경제는 2008년 리만 쇼크의 충격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2010년 시작된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2011년 4/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했다가 작년 2/4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비로소 회복을 향한 시동을 걸었지만 1년만인 올해 2/4분기 성장률이 0.0%로 낮아졌다.
게다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최근 0.5% 이하(전년 동기비)로 내려가자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 3대 유럽 경제국의 제조업 PMI는 대체로 7, 8월에도 하락하였다.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갈등이 유로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차 본격화 할 위험도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에 이어 9월 초 다시 추가 금융완화를 실시하였다. 정책금리를 0.15%에서0.05%로 내리고 금융기관의 초과 예치금에 물리는 마이너스 이율을 0.1%에서 0.2%로 올렸으며 10월부터 커버드본드와 ABS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지난 8월말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세계 중앙은행 관계자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총재가 “단기 물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원고에 없는 표현까지 사용한 후 이루어진 조치였다.
하지만 ECB의 정책이 민간 대출을 활성화하여 인플레이션률을 올리고 경제 성장 모멘텀을 돌려놓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의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국채매입이라는 추가 양적완화가 세간에서 거론되는 한편 드라기 총재는 지난 8월 연설 때부터 사실상 독일의 재정지출 확대와 프랑스, 이탈리아의 구조개혁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이것을 아베노믹스에 빗대어 ‘드라기노믹스’의 세 화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일본 아베 정부가일본은행 총재 교체를 통해 통화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을 이견없이 추진하고 있는 반면, 드라기노믹스가 실현되려면 유로존 주요 3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개혁은 아직도 안개 속에 있으며 지난 9일 독일 재무장관은 하원에서 구조개혁 없는 재정확대에 반대의 뜻을 밝혀 양적 완화를 통한 유로존 경제가 빠르게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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