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34 :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4장 부르고뉴(Bourgogne) – 7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 대단원의 주인공은 부르고뉴 최남단의 숨은 강자, 코트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와
마코네(Mâconnais)다. 샤블리, 코트 도르의 명성에 비하면 '듣보잡'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두 지역 와인을 자주 선택한다. 최고의 와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지불한 돈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1. 출처 : www.saoneor.com
코트 샬로네즈에서는 5개 마을을 살펴보겠다. 그 첫 번째 마을은 부즈롱(Bouzeron)이다. 이 마을은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이지만, 샤르도네가
아닌 알리고테(Aligoté) 품종을 사용한다. 샤르도네보다 질감이 거칠고 산도가 튀어 저급의 이미지가 있다. 피노 누아와 갸메 관계의 화이트 와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숙된 알리고테는 자신만의 맛깔난 매력을 발산한다. 일식 생선요리나 활어회와 함께 마시면 감칠맛이 훌륭하다.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의 소유주 '오베르 드 빌렌(Aubert de Villaine)'이 이 지역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뭔가 이 품종의 잠재력을 봤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두 번째 마을은 륄리(Rully)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모두 생산하는 이
산지에는 륄리 마을 단위급과 프르미에 크뤼가 있다. 화이트 와인의
비중이 65% 정도로 더 높은데 품질도 레드 와인보다 뛰어나다. 레드와 화이트 모두 과실 향이 풍부한 솔직한 스타일을 생산한다.
세 번째 마을은 메르퀴레(Mercurey)인데, 약 80% 이상 레드 와인을 생산하며, 전체의 30% 가량이 프르미에 크뤼에 해당한다. 이 마을의 레드 와인은 과거 상당히 거친 느낌이었으나, 최근 질적으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단단한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힘 있고 과실 향 풍부한 레드 와인은 가격 면에서도 매력이 있어서 코트 도르 피노 누아의 훌륭한 대용품이 될 수 있다. 이 훌륭하다.
네 번째 마을 지브리(Givry)는 그 발음 때문에 가끔 즈브레-샹베르탕(Gevrey-Chambertin)과
헷갈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즈브레-샹베르탕이 '정복자' 나폴레옹이 가장 좋아했던 와인이라면, 지브리는 프랑스인이 가장 존경하는
선한 왕 앙리 4세(Henri Ⅳ)가 가장 선호했던 와인이다. 앙리 4세의 취향이 좀 더 소박했던
것 같다. 이 지역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레드 와인은 부드럽고 무난하다. 하지만 화이트 와인은 향이
강렬해서 임팩트가 있다. 10유로대 초반에서 즐길 수 있는 프르미에 크뤼는 상당히 매력이 있다.
코트 샬로네즈 최남단에 위치한 몽타니(Montagny)가 이
지역의 다섯 번째 마을이다. 몽타니는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데
'명실공히' 부르고뉴 샤르도네 산지 중 가장 무명의 마을이다. 하지만 프르미에 크뤼 아닌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프르미에 크뤼로 무장했다. 무명인 만큼 10유로 미만에서 맛 좋은 프르미에
크뤼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찾을 수 있다. 집에 박스 채 사
놓고 마시기에도, 친구 집에 선물로 가져가기에도 훌륭하다.
사진 출처 : www.saumaize.com
코트 샬로네즈 아래에는 부르고뉴와 보졸레 사이에 껴 있는 마코네 지역이 있다. 마코네의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 또는 갸메로 만드는데, 부르고뉴 다른 지역이나 보졸레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하지만 화이트 와인은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하고 품질도 뛰어나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거의 언제나 그 값어치 이상을 해주는 믿음직한 친구 마콩-빌라쥬(Mâcon-village)는 제한된 예산 속에서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마코네 지역의 슈퍼스타는 역시 푸이-퓌세(Pouilly-Fuissé)다. 푸이-퓌세(루아르 지역 푸이-퓌메 Pouilly-Fumé와는 전혀 다른 와인이다.)는 샤블리나 코트 도르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부르고뉴 정상급 화이트 와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레 가격도 정상급을 향해 가고 있다. 진하고 풍성하며 볼륨감 있는 이 화이트 와인은 스테인리스를 이용해 과실 향이 풍부한
것부터 진한 오크 향을 지닌 것까지 스타일이 다양하다. 가격도
다양하다. 푸이-퓌세 외에도 푸이-로쉐(Pouilly-loché), 푸이-방젤르(Pouilly-vinzelles), 생-베랑(St-Véran) 등 뛰어난 화이트 와인이 많은 곳이 마코네다.
이로써 일곱 편에 걸친 부르고뉴를 마무리한다. 부르고뉴는 정말 어렵지만, 그 매력은 훨씬 뛰어나다. 그 작고 섬세한 차이를
맛을 통해 조금씩 느껴간다면 세상에서 이만큼 즐거운 와인 산지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된 산지를 예산에 따라 하나하나 마셔보다 보면, 어느새 '불곤' 마니아가 된 자신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트 도르, 황금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패가망신으로 이끄는 와인의 원조가 부르고뉴라는 사실은 잊지 말자.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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