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고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보여주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 그리고 그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에 빠져서 ‘이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가?’와 같은 진지한 고민 없이 그저 이 영화를 마냥 좋아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중고 비디오샵에서 거금을 들여서 비디오 테잎을 구입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카부츠(벼룩시장)에서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조그만 인형으로 만든 세트를 역시 거금을 들여서,
그것도 배고팠던 유학생 시절에, 구입하기도 했을 만큼 ‘오즈의 마법사’는 필자에게 너무나 소중했다.
- 2010년 1월 ‘서른 즈음에’에 작성했던’There is no place like
home’ 중에서
이미 지난 2010년도에 ‘서른 즈음에’에 썼던 것처럼 ‘오즈의 마법사’는 나에게 너무나도 특별한
영화다. 이미 수도 없이 이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했지만, 그럼에도
늘 아쉬웠던 것은 이 영화를 대형 스크린에서, 즉 극장에서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가 탄생한 것은 무려 1939년도, 내가
태어나기 수십 년 전에 이 영화가 태어났으니, 이 영화의 극장 상영 시기에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차 얼마 전 우연히 이 영화가 극장에서 재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영화가 탄생한
지 75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3D로 상영하는데, 그 대신 개봉 기간이 딱 1주일이었다. 즉,
1주일 동안만 이 영화가 특별 개봉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나는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극장으로 향했다.
커다란 화면으로, 그리고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3D로 다시 만나게 된 ‘오즈의 마법사’, 무려
7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여전히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영화였고, 주디 갈란드(도로시)가 저 유명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렀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아주 어린 시절, 영화 속의 그 모든 것들이 정말 꿈만 같았던 그 동심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러버린 것일까? 그 시절의 동심과 순수했던 마음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이렇게 ‘오즈의 마법사’를 보며 황홀해할 수 있음에 아직 그 동심과 순수했던 마음들은 내 안 어딘가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으리라 믿고 싶었다.
‘오즈의 마법사’는 도로시가 오즈로의 모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There
is no place like home.”이라는 명대사를 남겼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비단 그 뿐만이 아니라 허수아비가 갖고 싶었던 ‘지식(brain)’, 양철 나무꾼이 갖고 싶었던 ‘마음(heart)’, 사자가
갖고 싶었던 ‘용기(courage)’에 대해 진정 그것들은 우리들 내면에
간직되어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영화도 영화지만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을 쓴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소중한 주제들을 이토록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다니...
굳이 이 오래된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평일
낮 시간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극장에는 관객이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어떤 영국인 남성이 아주 어린 꼬마 아들을 데리고 온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나처럼 어린 시절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서 느꼈던 행복을 아들에게 경험하게 해주려는 것이겠지.
그 꼬마의 눈에 비친 ‘오즈의 마법사’는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 그 꼬마는 이 영화의 내용이나 주제를 이해하거나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도로시와
함께 떠났던 오즈의 그 환상적인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서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보면서 나처럼 그의 동심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는 행복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오즈의 마법사’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영원히 지속될 오즈의 마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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