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연재, “성인병 무차별 공격시대, 생존을 위한 상식 그 이상”
(미국 하버드의과대학 내과 및 가정의학과 현직 의사와 교수 170인의 성인병에 대한 최신 의학지식을 토대로, 의사들만의 전문지식을 쉽게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공유하고자 다음과 같은 연재를 게재하는 바입니다)
제1부 – 고혈압, ‘소리 없는 살인자’
제2부 – 당뇨병, ‘2012년, 대한민국 당뇨병 인구 500만!’
제3부 – 간질환, ‘술 마시러 2차, 간질환도 2배’
제4부 – 심장질환, ‘고혈압과 함께 온 또 다른 불청객’
제1부 소리 없는 살인자
1) 고혈압의 이해
고혈압은 간단히 정의해 동맥의 혈압이 너무 높은 상태를 말한다. 고혈압은 매우 흔하면서도 잘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의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이며, 고혈압 환자는 심장 마비나 뇌졸중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은 몸에 상당한 손상이 가해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병원에 왔을 때 규칙적으로 혈압을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이 더 많은 압력을 가해 혈액을 뿜어내거나 작은 동맥 (이하 소동맥)의 혈관크기가 좁아지면 혈압이 올라가 순환중인 혈액에 더 많은 저항이 생긴다. 소동맥이 좁아졌을 때 혈압이 어떻게 높아지는지를 이해하려면 치약을 짜는 원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치약 입구가 평균적인 크기라면 약간의 힘을 가해도 쉽게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치약 입구가 바늘구멍 크기 정도라면 치약을 짜기 위해 더 강한 힘, 즉 압력을 가해야 한다.
혈액과 영양분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혈압이 높아진다면 이것은 몸의 정상적인 대응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 시 심박동 수가 증가하며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한다. 운동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혈압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되는 등의 증상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의 일종이다.
뇌는 혈압을 항상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몸이 혈압을 높이거나 줄여야 된다고 뇌가 결정하면 자율신경계를 따라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는 동맥 벽이 수축하거나 이완하도록 만들며, 심장 박동을 늘리거나 줄이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호르몬이 신체 혈액량과 소동맥으로 인한 저항에 관련되어 혈압에 영향을 끼친다. 낮 동안에는 신체 활동이나 스트레스 정도가 달라짐에 따라 혈압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평균 혈압을 측정하려면 몇 번의 수치를 합산해 평균을 낸다.
고혈압은 나이에 상관없이 시작되지만, 대개 중년기에 많이 나타난다. 현재 95%에 달하는 대부분의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데, 이런 고혈압을 ‘1차성 고혈압 혹은 본태성 고혈압’이라 부른다. 1차성 고혈압은 유전적인 경향을 띠기도 하고, 인종에 따른 차이도 있다. 백인보다 흑인에게 고혈압이 더 빨리 찾아오고, 심한 경우가 많다. 나머지 5%정도의 고혈압은 병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며, 이때는 2차성 고혈압이라 부른다.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론, 심장손상, 죽상경화증, 신장손상, 동맥류, 뇌졸중 등으로 대개는 생활 습관의 개선과 일반적인 치료로 치유가 가능하지만, 심할 경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만성병인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기적인 혈압측정 및 검진을 할 필요가 있다.
2) 고혈압 치료와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의 변화
1.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다 – 고혈압 예방을 위한, 가장 간편하고 좋은 방법은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 것이다. 야채와 과일에는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인 섬유질, 칼륨, 마그네슘, 칼슘이 함유되어있다.
2. 칼륨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 – 고칼륨 식단은 고혈압과 뇌졸중을 예방한다. 고칼륨 음식으로는 오렌지, 바나나, 건포도, 무화과, 삶은 감자(껍질째 먹는다), 구운 콩, 저지방 요구르트와 왕겨로 만든 시리얼 등이 있다.
3. 소금을 피한다 – 고혈압인 사람은 짠 음식을 피하고, 음식에 소금을 첨가하지 않는다.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에게도 이 방법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소금에 민감성을 보여 짠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도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60세 이상이거나 흑인일 경우 소금을 피하는 것이 고혈압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4. 살을 빼고 몸을 단련한다 –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심장은 더 열심히 펌프 운동을 해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한다. 체중을 정상으로 줄이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핵심이다. 정상 체중까지 줄이지 못하더라도 살을 조금만 빼면 혈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허리 주위에 살이 많은 사람의 경우 체중을 줄여야 건강에 좋다. 고혈압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젊은 세대부터 중년에 이르기 까지 뚜렷이 나타난다.
5. 운동 – 비만이 아니더라도 운동을 하면 고혈압을 낮출 수 있다. 조깅, 사이클링이나 빨리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3~5회, 적어도 30분씩 하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운동을 하면 수백만 개의 소동맥이 확장되어 혈류의 저항이 떨어진다는 설이 있다. 또한 운동을 하면 심장의 운동량이 줄어들어 더 효율적으로 혈액을 뿜어낼 수 있다.
6. 적절한 음주 – 하루에 알코올을 2잔 이상 섭취하면 (포도주, 맥주, 도수가 높은 술 2잔) 고혈압의 위험도가 매우 커진다. 그러나 하루에 술을 1잔 정도 마시면 혈압이 낮아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음주량을 줄이면 고혈압 약을 복용했던 사람도 더 이상 복용할 필요가 없어지기도 한다.
7. 금연 – 고혈압의 경우 흡연을 하면 심장마비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8. 몸을 이완시킨다 – 바이오피드백, 요가와 태극권 등의 다양한 행동요법은 혈압을 낮추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혈압이 심각한 경우에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증세가 심각하지 않다면 약물복용을 중단해도 될 정도의 효과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