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에 의해 인간 혈액속의 HIV 억제 단백질이 발견돼 신계열 치료제 개발에 길이 열렸다.
울름대학교 (Universitat Ulm)의 프랑크 키르히호프 박사 등 연구진은 최근 셀저널을 통해 HIV-1의 면역세포 감염을 막는 바이러스 억제 펩티드 ‘바이립’(VIRIP)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HIV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로써 인간의 몸 안에 살면서 인체의 면역기능을 파괴하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일단 사람의 몸속에 침입하면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찾아내어 그 세포 안에서 증식하면서 면역세포를 파괴한다. 또 인간의 생체 면역세포들을 지속적으로 파괴하여 인간의 면역능력을 떨어트림으로써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 키로히포프 박사와 그의 연구진은 항-HIV 활성을 지닌 펩티드 (peptide)를 찾기 위해 만성신부전 환자의 투석혈액으로부터 100만개 이상의 펩티드를 조사, 20개의 아미노산 단위로 이뤄진 바이립이 이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의 관찰결과, 바이립은 HIV 표면에 존재하는 융합단백질인 'gp41'과 결합해 HIV의 면역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를 지닌것으로 관찰되었다. Gp41 융합단백질은 HIV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접촉할 때 표면에 나타나 숙주세포 표면 자체를 변형시켜 바이러스 자체 정보 내용물인 capsid를 세포내부로 침투시킨다.
뿐만 아니라 연구진이 바이립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기능을 시험하던 중, 3개의 아미노산에 변경을 가하자 HIV 저해효과가 100배나 강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특히 HIV 표면단백질의 끊임없는 변이로 기존 치료제의 내성이 문제시되는 가운데, 바이립은 HIV에서 고도로 안정적인 또다른 HIV 표면 융합단백질인 gp120 단백질과 반응했기 때문에 HIV의 저항성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동물시험에서 안전했으며, 인간혈청에서는 고농도로도 안정적이고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진은 바이립이 안전성이 우수하고 HIV 저항성도 없어 신계열 치료제의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 올해 말까지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재 4개 계열에 속하는 20종의 HIV 치료제가 시판되고 있으나 점점 내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하나의 치료제에 저항성이 생긴 HIV는 동일계열의 다른 치료제에 대해서도 교차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WHO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에는 약 4000만명의 HIV/애이즈 환자가 있으며, 작년에만 400만명이 새롭게 전염되고 3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 - 인체에 침투한 HIV바이러스는 인체 면역세포인 T세포에 달라붙어 자가증식을 한 후, 숙주세포의 파괴를 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