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차가 왜 안 가고 여기서 이러지요?”
“지금 기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고 있습니다.”
“아니, 기차 바퀴를 갈아 끼우다니요? 기차도 자동차처럼 펑크가 납니까?”
“펑크가 난 것은 아니지만 항상 이렇게 합니다.”
러시아의 철도는 명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타도 모스크바로 들어가, 시베리아 벌판을 통과해서 동쪽 하바로프스크나, 우리나라 끝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갈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러시아의 문학 작품 가운데도 자주 등장을 해서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들어가려면 여권이나 비자를 검사하는 국경 수비대 말고도 꼭 거쳐야 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기차 바퀴를 갈아 끼우는 공장이다. 기차가 구소련 국경에 도착하면 기차를 공장으로 끌고 가서 바쁘게 바퀴 교체를 하는 것이다. 바퀴를 바꾸지 않으면 러시아로 들어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 소련의 스탈린이 집권했을 당시 독일과 전쟁이 있었다. 당시 스탈린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전할 경우를 생각했다. 독일군들이 모스크바를 향해 쳐들어온다면, 틀림없이 철도를 통해 쳐들어오리라고 믿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던 당시라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었다. 스탈린은 독일군이 소련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일군이 그대로 쓸 수 없고 소련 사람만 쓸 수 있도록 기차레일의 폭을 10cm 쯤 좁게 만들었다.
그 후로 유럽 여러 나라와 소련의 철도는 서로 다른 규격의 레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전해 왔다. 규격이 변경된 구소련의 모든 철도는 엄청난 길이로 늘어났다. 이제 어느 누구라도 그 레일의 규격을 유럽 규격으로 바꾸는 일은 상상도 못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도 기차가 러시아에서 딴 나라로 나갈 때는 기차바퀴 하나도 빠짐없이 넓은 규격의 바퀴로, 또 들어올 때는 좁은 규격의 바퀴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의 세계도 그러하다. 저마다 남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다른 규격의 마음을 갖고서 남의 마음만 자기 규격으로 바꿔 줄 것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일들은 우리 마음의 교류를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말을 조금만 받아들이면 이해할 수 있는 일도, 마음을 닫고 갈등하면서 큰 문제나 싸움으로 번지는 일들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친구 사이나 고부 사이, 각기 다른 정치인 사이의 갈등도 모두 그러하며, 특히 신앙인들도 그러하다. 하나님을 믿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참 신앙은 자기 마음을 열고 하나님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참 신앙인은 자기하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마음의 철도 규격을 같이 하도록 서로서로 마음을 맞추어 나가면, 어떤 어려운 짐도 쉽게 나를 수 있는 좋은 마음의 철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