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참 악한 사람입니다.”
“아니 뭐라고요? 내가 왜 악한 사람입니까?”
“생각해 보세요. 당신 때문에 아이들이 얼마나 슬퍼합니까? 또 부인은 얼마나 고생을 하고요.”
“그래서요?”
“당신은 당신 옳다는 것 하나만 주장하면서 이 큰일을 저질러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데,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지 않는 사람 아닙니까?”
김기철. 그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두 아이와 아내를 거느린 가장이었다. 어느 날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만취된 상태에서 혼자 택시를 탔다. 그는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택시 기사에게 주면서 자기 집 위치를 알려주고 뒷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택시 기사가 깨워서 보니 집에 가까이 왔는데, 내리려고 하니 운전기사가 택시비를 달라고 했다. 출발할 때 만원을 주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운전기사는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승강이가 벌어져 파출소로 갔다. 그런데 파출소 순경들이 술 취한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택시요금을 내고 경범죄 처벌을 받았다. 그는 너무나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며칠 동안 화가 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분을 이기지 못한 그는 휘발유 한 통을 사 들고 파출소로 찾아갔다. 파출소 앞에서 “파출소장 나와! 사과해!” 하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순경들이 모두 미친 사람 취급하며 외면했다. 그러자 울분을 이기지 못한 그는 갑자기 휘발유를 뒤집어쓰고서 라이터에 불을 켰다. 삽시간에 전신이 불길에 싸였고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에 와 있었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병실을 찾아갔다.
“당신은 억울합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택시비를 냈습니다.”
“당신 말이 옳습니다. 그 택시기사 참 나쁜 사람입니다.”
이런 말로 죽어가는 사람을 위로했다. 그러던 중 그와 아는 한 분의 부탁으로 내 후배 목사가 찾아갔다. 그 목사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당신은 참 악한 사람이라면서 꾸짖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죽어가는 사람에게 왜 저런 말을 해?’ 하면서 언짢아했다. 그러나 그 목사는 사뭇 진지한 어조로 그의 처사를 하나하나 지적해 나갔다.
“세상에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은 당신 하나만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억울하다고 다 당신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신은 당신이 옳다는 생각만 했지 가족들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의 그깟 자존심 때문에 아내나 자녀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한 아픔을 가져다주었습니까?”
결국, 김기철 씨는 그 젊은 목사의 말씀을 듣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예수님의 은혜를 구했고, 자신의 죄를 씻음 받았다. 그 후 그는 택시기사나 파출소 순경이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는 감사했고 그의 마음 어디에도 미움이나 억울함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지금 주님의 품안으로 자리를 옮겨 영원히 이 세상의 고통에서 떠난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