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 사람을 죽였다! 창을 가져와라! 창을!”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이 사는 정글 깊숙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번은 추장이 마을 앞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고양이만 한 표범 새끼와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추장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건 표범 새끼가 아니냐?” “예 알아요. 추장님.” “이 놈은 죽여야 돼. 표범 새끼는 언젠가는 큰 표범이 돼.” 하면서 창을 높이 쳐들었다. “안 돼요! 추장님. 이놈은 지금까지 죽만 먹었어요. 보세요. 이렇게 순해요. 고기만 먹이지 않으면 돼요.” 하면서 아이들은 애원했다. 과연 표범 새끼는 매우 순했다. “그래도 죽여야 돼.” “아니에요. 죽만 먹일게요. 그러면 되요.” 결국 추장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새끼 표범을 바라보다가 아이들을 못 이겨 그냥 뒤로 돌아섰다. 그날 뒤로 아이들은 더욱 표범새끼에게 마음을 쏟았다. 표범은 죽만 먹고 자랐다.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가고 어느덧 표범은 다 자란 어미 표범이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뒹굴며 잘 놀았다. 이제 이 표범은 어린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표범과 놀던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발을 잘못 밟아 벼랑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면서 벼랑 아래로 달려갔다. 그때 표범은 다른 아이보다 먼저 벼랑을 뛰어 내려 떨어진 아이에게 다가갔다. 떨어진 아이는 무릎을 다쳐 피가 심하게 흐르고 있었다. 표범은 피를 보고는 다가가서 혀로 닦아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표범은 자신도 모르게 피를 빨고 있었고, 갑자기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죽만 먹던 표범이 피 맛을 본 것이다. 표범은 그 큰 앞발을 들어 울고 있는 아이 가슴을 찢었고 뒤따라오는 아이들에게 뛰어들었다. 아프리카 정글 속 행복했던 작은 마을에 표범 한 마리를 용납함으로 슬픔과 두려움이 휩쓸게 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작은 마을에도 그러하다. 돈을 향한 강한 욕구를 그냥 둬 도박장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심지어 도둑이 되어서 비참한 나날을 보내는가 하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쾌락을 억누르지 못해 술이나 마약 중독자가 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새끼 표범이 자라나 무서운 표범이 되듯 죄악의 욕망도 그러하다.
박옥수 목사(국제청소년연합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