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맛이야?"
"글쎄요 ... 저도 이상하네요 ..."
"아무 맛도 안 나잖아? 이게 이렇게 비싸다니..."
아프리카에는 맛있는 과일들이 많다. 파인애플도 맛있고, 망고도 맛있다. 그 가운데 아보카도(avocado)라는 과일은 내가 아프리카에 가서 처음 본 과일이었다. 아보카도를 처음 먹었을 때 ‘이게 무슨 맛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맛없는 과일을 왜 먹지?’ 하며 아보카도를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보카도는 값도 비싸, 과일이 흔한 아프리카에서도 아무나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맛도 없는 것이 비싸기까지 하니… 나는 처음에 아보카도를 좋아할 수 없었다.
그 후 어느 날 유럽에서 오신 한 선교사님을 만났는데, 그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아보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불평스런 마음으로 아보카도를 이야기하자, 그 선교사님은 깜짝 놀라면서 아보카도가 얼마나 좋은 과일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닌가! 아보카도는 유럽에서도 무척 비싼 고급 과일에 속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냥 그것만 먹으면 아무 맛이 안 나지만,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으면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아보카도를 다시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다시 가게 되었을 때 아보카도를 달라고 해서 빵에 발라 먹어 보았다. 그런데 참 놀랍게도 전에는 맛 보지 못했던 특별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정말 아보카도는 그것만 달랑 먹으면 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빵에 발라 먹으니 엄청나게 맛 있었다. 또 김밥에다 아보카도를 쫙 깔아서 먹으니 김밥 맛도 좋아지고 잘 넘어갔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그제야 아보카도를 왜 사람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먹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보카도 자체에는 맛이 없지만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살아나는 것이다.
우리 선교회에서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뜨거운 열기와 삭막한 토지, 말라리아와 에이즈가 극성을 부리고 음식과 문화 등 어느 것 하나 좋은 것이 없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아프리카 선교사들이 수년이 지나면 한결같이 아프리카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프리카 나라들과 사람들이 꼭 아프리카에서만 나는 독특한 아보카도와 같다는 마음이 든다. 정말 처음에 아프리카에 가게 되면 누구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아무 맛이 없는 무능력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들이 신앙과 접목이 되면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맛이 살아난다. 문명 사회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그들만의 순수한 마음을 느끼면 누구나 아프리카에 정이 들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또 살다보면 여러 일들을 만나지만, 처음의 맛만 가지고 평가하기는 무리라는 마음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또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것과 연결되어 특별한 맛을 주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