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 있는 청풍면에서 유래했다는 '맑은 바람 밝은 달'은 그곳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마저 상쾌한 느낌이 들 정도로 충청도 사람들이 즐겨 쓰는 낱말이다.
그러한 충청남도에서는 이번 제60돌 “백제문화제”로, 충북에서는 “오송 바이오 엑스포”로, 대전 광역시에서도 “세계인이 맛과 멋을 찾는향연”이라는 “대전 국제 푸드 & 와인 페스티벌”에 초청을 해서 이곳 도이칠란트에서 사는 충청인 향우들이 모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다른지방이나 단체에서도 그와 비슷한 초청으로 같은 시기에 많은 이들이 모국방문을 하게 되었다. 이따금 다녀 오신 분들마다 좋은 기회에잘 다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러워 했었는데, 모처럼 우리 도에서도 이곳 향우들을 초청하여 이번에 다녀 온 모국 방문이었다. 대부분고국방문을 다녀 오면, 잘 먹고 잘 놀고 관광을 잘 했다는 자랑이 다분하다. 그러나 이번 우리들 방문목표는 충청도 문화와 역사를 배울수 있는 뜻깊은 의미를 겸하였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느 나라든지 백성을 이끌어가신 임금님께서 이끄신 통찰력이나 업적이나 치적을 높이는 것은 그 나라 역사를 자랑하는 통치자들이 우선이다. 그러나 우리 충청도는 그 어떤 임금님들보다 못지않게 훌륭하신 김유신 장군님이나 이순신 장군님과 같은 명장들을 낳았다. 그분들이 후손들을 위하여 보여 주신 위대한 정신과 얼을 높이 평가하며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충청도를 빛내는 역사인물로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그러한 후예들인 우리가 충청도를 제대로 배우기 위하여 6박 7일동안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라 낱낱이 다 보거나 옮길 수가 없었으므로 특별히 생각나는 대로 옮긴다.
평소보다 다채롭게 준비한 충남에서는 백제 문화제 제60돌 잔치로 그야말로 준비한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구드레(굿뜨레?)' 들판을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랐고, 또한 나이들이 10년전보다 더 들었으니 다리가 아파서 낱낱이 구경을 할수는 없었다. 그러나 옛날 오일장을 연상하는 먹을 거리와 기념품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관광객을 유혹했다.
잃었던 역사를 다시 찾기 위하여 땅속에 묻혀있던 유물들을 발견하므로 잃었던 터를 되찾았다. 그 크기와 규모는 연구진들이 총 동원한상상력으로 건설을 했다고 한다. 백제문화터는 그렇게 새로 건설을 했다는데도 우리 고풍미를 그대로 느끼며 볼 수 있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우리 말과 글을 말살시키기 위하여 지명까지 바꾼 '공주 우금치(公州 牛禁峙)' 는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고증을 살려서 “우금티 (牛禁峙)”로 바로 잡았다. 같은 한자지만 우리는 티로 썼던 것을 '치'로 밖에 발음하지 못하는 왜놈들이 자기들 편한대로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그렇다, 이제는 '우금치'가 아니라 '우금티' 이다. 나는 평소에 우리말 지킴이로서 그러한 낱말을 우리식으로 되찾아야한다고 외치며 강조했던 사람이라 이제야 바로 잡힌 표현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동안 외쳤던 보람을 느꼈다. 우리가 보는 옥편도 이제는 '치峙'가 아니라 “산우뚝할 티峙”로 바꾸었으니, 이제는 '치'로 쓰던 고개 이름을 모두 “티”로 바꿔야 줏대있는 우리 말이 된다.
대전 광역시에서는 우리 일행을 시청으로 모시고 세월호 참사로 고이 잠드신 영혼들을 위한 분향소에도 다녀 오도록 배려를 하였다. 권선택 대전 광역시장님께서는 그날따라 여러 가지 행사가 겹쳐서 만나지 못 하고 조소연 기획관리실장님께서 마련한 면담을 하였다. 덕담도 나누며 앞으로 대전 광역시와 이곳 충청인 향우회외가 다져가야 할 우호증진을 위한 내용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온누리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대전 “뿌리공원”에도 가게 되었다. '뿌리'라 해서 나무뿌리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도이칠란트에서 쓰는 Stammbaum을 연상하였다. 가장 대표가 될 수 있는 조선왕조 이 씨에 대한 족보와 모든 자료를 전시하는 곳이 첫 번째 방문하는 전시관이었다. 낱낱이 다 읽어 볼 수는 없어도 내 시선을 멈춘곳이 바로 조선왕조 임금님들 묘호를 '종宗'과 '조祖'로 구분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누구든지 조선왕조 임금님들 묘호는 잘 알아도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가령, '태조'는 “이성계”, '세종'은“충령”이다. '종宗'과 '조祖'를 아는 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알아서 나쁠 것도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을 부모들이 가르치면그 부모님 위상은 하늘높이 향할 것이다. 임금님이 돌아가시면 다음 임금님이 대신들과 함께 묘호를 만든다. 즉, '공功'이 많은 임금님께는 '조租'를 붙이고 '덕德'이 많은 임금님께는 '종宗'을 붙였다. 이러한 호칭을 '조租공功종宗덕德'이라 한다.
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게 '대전'이다. 본디 우리 조상들은 “태전太田”으로 썼다. 또한 우리가 갈려다가 나를 비롯하여 다리가 아픈 사람들 때문에 못 갔던 곳이 '계족산(鷄足山) '이다. 이 '계족산(鷄足山) '은 본디 “봉황산(鳳凰山) ”이었다. 일제는 우리 조상들이 숭배하던 맥을 자르려고 쇠말뚝을 밖기도 했고 왕이 나온다는 “봉황산”도 이름을 바꿔서 “계족산(鷄足山)” , 즉 봉황을 겨우 닭으로 비하시켰을 뿐만아니라, 닭에서도 가장 아래인 '닭발' 로 만들었다. 그런데 광복이 되어 훌륭한 대통령이 여러번 바뀌었는 데도 아직까지 우리 것을 찾지않고 그대로 따라서 쓰는가? 그러니 이제는 '대전'이 아니라 “태전太田”이고 “계족산(鷄足山)닭발모가지”가 아니고 “봉황산(鳳凰山)”이다.
충북에서는 먼저 청주에 있는 도청 견학을 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한 분향소에도 갔다. 그리고 회장단 일행은 충청북도 이시종 도지사님과 면담도 하였다. 그분은 우리한테 '외로운 이국생활에 고생이 많다'면서 위로를 해 주시고 과연 도지사다운 인자함을 보여 주셨다.
그 다음은 청남대로 향하였다. 대통령 별장이라는 '청남대'에 대하여 평소에 청남대학교로 착각을 했다는 분들도 계셨다. 처음에 개장을했을 때는 살벌하게 군인들이 경계를 했다는 대통령 별장이 이제는 일반인도 들어 가고 심지어 대통령 침실까지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생각을 하노라니, 우리 나라도 이제는 민주주의를 이룩한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직지박물관'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해설사를 만났다. 어디든지 유적지에 가면 해설사들은 젊은 여자분들이 대부분이다.그런데 청주 직지박물관에서는 어느 할아버님이 나오셨다. 연세가 많으신 관장님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지난해 까지만해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형님께서 해설을 하셨다 한다. 그와 같이 그곳에는 저명한 사학가들이 직접 봉사를 하신다고 한다. 더 이상 질문을 할 필요도 없이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셔서 그 고마움이 지금도 눈에 환하게 떠오른다. 버려진 불모지에서 뒤늦게 유물을 발견하여그 곳이 바로 역사를 장식했던 터 라는 것을 확인하고 기와장 크기만 확인이 되어도 유적지 건물 규모를 가늠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검증을 하여 직지박물관을 세우게 되었다 한다.
각 도와 시에서 이틀씩 배려를 해 주셔서 고맙긴 해도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운 생각도 든다. 그러나 고국이 역동속에서 힘차게 발전하고, 더구나 향우들과 함께 방문했던 우리 고향인 충청도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우리가 고향을 떠날 때와는 견줄 수 없도록 아름답게 꾸며진 향토가 자랑스럽다. 또한 일제시대에 잘 못된 일들이 고쳐지기를 기대했던 일들이 지금이라도 하나씩 바로 잡혀나가는 것을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만족스런 고국방문이었다.(글과 사진: 충청인 향우회장 서범석)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mt.199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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