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7)

by eunews posted May 30, 20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지난 호에서는 회원국 확대과정에 대해 살펴봤다.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일 때 제기되는 정치,경제,제도 등 제반 분야에서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번에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이 왜 그렇게 논란인지를 분석한다.
유럽연합 제도와 경제, 정치.문화.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차례대로 설명한다. 먼저 유럽연합-터키관계에서 중요한 사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63년 준회원국 협정 (Association Agreement)
1996년 1월 관세동맹 체결 (터키의 민주화, 제도발전을 가입협상과 연계)
2004년 10월 집행위원회 터키 ‘코펜하겐 가입조건’ 충족, 가입협상 개시 권고
2004년 12월 유럽연합 정상회담 (브뤼셀) 2005년 10월3일부터 가입협상 개시 결정
2005년 10월3일 가입협상 개시 (오스트리아의 반대로 오후 늦게야 가입협상 개시가 결정됨)

              세력균형의 변동: 최대 투표권을 보유하게 될 터키          
     유럽연합 (EU)이 유엔 등 다른 국제기구와 다른 점은 표결방식이다. 단일시장과 단일화폐 등 경제통합과 사회정책 등에서 상당수 표결이 회원국의 다수결로 이루어진다. 국가주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외교와 국방은 누차 설명했듯이 아직도 만장일치로 이루어진다.
     회원국 장관들이 모여 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연합 주요 기구가운데 하나인 각료이사회 (The Council of Ministers)를 보자. 지난 2000년 12월 합의된 니스조약에 따라 각 국가의 표결권이 확정돼 있다. 단순 다수결의 경우 한 회원국에 한 표가 주어진다. 가중 다수결 (Qualified Majority Voting)은 회원국의 인구수와 경제력 규모 (국내총생산 기준)에 따라 표결권이 다르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4개국은 29표의 가중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와 벨기에 등 인구와 경제력이 작은 나라는 3~4표의 가중 투표권을 갖고 있다. 25개 회원국의 가중 투표권의 합계는 321표이다. 이 가운데 가중 다수결을 통해 결정이 이루어지려면 232표를 얻어야 한다. 즉 약 72%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반대로 약 30%의 표를 확보하면 결정통과를 저지할 수 있다. 원래 인구수와 경제력을 제대로 감안한다면 독일의 인구가 8천2백만명으로 가장 많고 경제력도 최대이다. 따라서 독일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보다 더 많은 투표권을 가지는게 정상이다. 2000년 12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독일은 이 사실을 지적하며, 더 많은 투표권을 요구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거세게 반대했다. 프랑스 외교정책의 기조는 유럽을 통해 독일을 견제하고 최소한 독일과 동등한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주요 4개국의 가중투표권은 같지만 독일의 요구를 수용, 독일에서 선출하는 유럽의회 의원을 다른 3개국보다 더 많이 할당하는 선에서 어중간하게 타협이 되었다.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은 아무리 빨라야 10년정도 걸린다. 지난 호에서 설명했듯이 정치적 민주화와 시장경제확 조건을 명시한 세부규정을 만족해야 한다. 또 오스트리아와 프랑스가 이미 터키가입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어느 한 기존회원국이라도 가입을 반대하면 터키는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없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터키 인구는 6960만명 정도. 독일이나 프랑스 등 서유럽 선진국의 평균출생률이 한명 남짓하지만 터키의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10년후에 가입하더라도 현재 회원국을 기준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다. 경제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어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한다면 각료이사회에서 가장 많은 투표권을 보유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렇다면 자존심이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가 이를 반길리가 없다. 즉 세력균형이 변동하게 된다. 터키와 2~3개 주요 회원국이 규합하면 거의 30% 정도의 정책결정 저지선 투표를 확보하게 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등 다른 주요 회원국도 이해관계를 감안, 터키가입이 가져올 세력변동을 면밀하게 저울질 하고 있다.

          터키인 대량 이동의 우려: 기존 회원국에게 딜레마
     터키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지난해말 25개 유럽연합회원국의 평균을 100으로 했을 경우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럽연합에 가입, 보통 5-7년 정도 과도기 기간동안 노동력의 자유이동을 제한해도 이 기간이 지나면 터키 국민은 다른 회원국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독일에는 현재 200만명이 넘는 터키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1960년대 독일 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거듭할 때 터키에서 많은 노동자가 와서 주로 3D 직종에 종사했고 이 곳에 정착했다. 독일은 60세 이상의 노인 비율이 20%가 넘는 고령화사회이다. 또 젊은층들은 결혼을 잘 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당연히 더 많은 외국 노동력을 수입해야 한다. 프랑스나 다른 서유럽 회원국도 비슷하다. 터키가 가입하고 과도기가 지나면 많은 터키인들이 독일 등 복지수준이 높은 기존 회원국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는 기존 회원국에게 많은 정책적 어려움을 제공한다. 분명히 노동력은 필요하지만 외국인이 몰려올 경우 사회통합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일자리를 뺏아간다며 아우성치는 여론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안보.정치.문화에 미치는 영향: 앵글로-색슨 동조자 늘어날 우려
     영국은 올 하반기 유럽연합의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다. 따라서 지난 3일 터키와의 가입협상 개시를 논의할 때 잭 스트로우 외무장관이 각 회원국 외무장관이 모이는 각료이사회를 주재했다. 유럽연합을 대표, 터키 정부와 접촉했고 또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지지하는 미국과도 긴밀하게 협조했다.
     영국이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반기는 이유는 안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에 지난 1952년 가입했다. 아시와와 유럽의 교차로에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때문에 터키는 냉전시기 미국의 맹방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면 정치적 민주화.시장경제 확립으로 더 안정된 국가가 되고 또 유럽연합 가입을 원한다면 터키도 이런 조건을 더 빨리 충족시킬려고 노력할 것이다라는 분석이다. 터키 인구의 99.8%가 이슬람이다. 따라서 이슬람 국가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면 유럽연합이 기독교 국가로만 이루어졌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야말로 ‘문명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으며 유럽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경제통합에는 찬성하지만 정치통합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따라서 터키가 가입하면 유럽연합은 더욱더 느슨한 정치협력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터키 가입으로 터키가 더 민주화되고 이슬람 지역에 민주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일부의 분석을 비판했다. 비록 터키가 이슬람 국가가운데 가장 세속화되었지만 최근 이슬람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자국내 터키인들이 독일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거주하는 점을 지적하며 터키가입이 사회통합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터키가 앵글로 색슨식의 경제모델을 따르고 있고 친미성향의 국가라는 점에서 가입을 반대한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지난 1963년과 1967년 두번이나 영국의 유럽공동체 가입을 거부했다. 유럽이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영국이 누구 편을 들겠는가라는 의문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드골은 미국이 아닌 유럽, 즉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공동체를 외교정책의 기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드골주의는 아직도 프랑스 외교정책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며 이를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소국 오스트리아가 터키가입에 반대하며 협상개시 막판까지 거의 거부권을 행사하다시피한 이유는 유럽연합의 정체성문제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유럽은 지난 20세기 초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붕괴할 때 까지 오스만 제국과 투쟁하면서 자신의 아이덴터티를 키워왔다. 기독교 국가이며 그리스, 로마 문명을 계승한 유럽이 야만국 오스만 터키의 유럽침공을 제지했다. 그런데 터키가 유럽과 한 식구가 된다니? 오스트리아의 이런 시각은 비단 한 회원국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에서 역사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문제이다.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했으며 같은 기독교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크로아티와 가입협상을 개시해야 터키의 가입협상을 지지하겠다는 연계전술을 썼다. 결국 이를 얻어낸 이후에야 터키와의 가입협상 개시를 승인했다.
     위에서 지적한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협상은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다음 호에서는 지난 5~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이 거부한 유럽헌법의 미래를 전망해본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유럽통합전공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유로저널광고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