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 택견과 아리랑의 앙상블
택견을 예술로 승화시킨 공연, 파리 유네스코에서 선보여
유네스코 등재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택견’과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지난 11월 13일(목) 파리 유네스코에서 한국 국가대표 택견 시범단이 무예극 ‘택견 아리랑’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엔기다 유네스코 부사무총장을 비롯하여 각국 유네스코 대사들과, 이상진 주 유네스코 대사 그리고 약 600여명의 프랑스인과 한국 교민들이 참석하였다.
이번 퍼포먼스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남정호 교수는(한예종 무용원) "프랑스에서 무용을 전공했었지만, 진지하게 움직임의 원류를 찾다보니 택견을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택견의 여유로움과 방어적인 움직임이 우리나라의 흥과 멋을 잘 드러내준다"라고 설명했다. 남정호 교수는 택견을 4단까지 수련한 실력파이기도 하다. 그녀는 "요즘의 한류는 그 원류가 서구적이지만, 택견은 진정한 한국의 멋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라며 "택견이야말로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전통무예인 택견은 2011년도에 무예종목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오른바 있다. 또한 아리랑은 한국의 정서를 담은 대표적 민요이며 2012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아리랑은 여러 세대에 걸쳐 구전으로 전승되면서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희로애락과 염원이 그 노랫말에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은 택견과 아리랑이 만나 한(恨)을 초월한 흥(興)을 유발시키고 과거와 현대를 잇는 정겨운 모습을 구현해냈다. 남정호 교수는 "택견인이 고행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아리랑고개를 넘어가는 것으로 그렸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공연에서는 무예와 노래가 화합하고, 택견 고수의 유연하고 육중한 움직임과, 인간문화재의 가야금 산조와 거문고 연주 그리고 명무(名舞)의 춤과 사자춤이 선보여졌다. 이질적인 것의 연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로 이어지는 형식을 갖춘 공연은, 무예의 현란한 묘기와 위력, 심오한 정신세계, 그리고 해학이 엇갈리며 공연 시간 70분 내내 한불 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재불 공연문화 교류협회 '뚜 꽁트르'(tout contre)대표 서금희는 "우리의 전통무술인 택견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중요 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며 "무형문화재인 택견과 아리랑을 접목시킨 이번 공연을 통해,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게 된 것 같다"고 공연의 의의를 설명했다.
‘택견 아리랑’은 18일(화) 벨기에 브뤼셀의 Centre Culturel de Saint-Gilles -Jacques Franck에서 한 차례 공연을 더 갖는다.
프랑스 유로저널 강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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