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3)

by eunews posted May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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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3)
   감사원 (European Court of Auditors: ECA)

       지난 호에서는 유럽연합 주요 기구인 유럽중앙은행을 분석했다. 단일화폐, 유로에 가입한 회원국 유로랜드 (Euroland) 지역의 이자율을 정하며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2004년 5월 가입한 중.동부 유럽 10개 회원국 –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발트 3국, 키프로스, 몰타 – 의 경우 유로가입조건인 수렴조건을 충족하게 되면 유로화를 채택하게 된다.
       이럴 경우 유로 가입국은 현재 12개 회원국에서 더 늘어나게 되며 유럽중앙은행의 업무도 증가할 것이다.
       이번에는 감사원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내 사기방지사무실을 분석한다. 업무와 통합과정에서의 역할 등을 상술한다.
       우선 감사원이 하는 일을 실례를 들어본다.

       실례 ) 1999년 3월 11일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 20명이 집단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1952년 발족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기준으로 할 때 47년간 집행위원회 위원이 전원사퇴한 예는 한 번도 없었다. 바로 집행위원회 전원 사퇴를 몰고 온 주요 원인중의 하나가 감사원의 연례보고서였다.
       감사원은 유럽연합 각 기구가 제대로 예산을 거두어 집행했는가를 감사한다. 1998년 11월 감사원은 연례보고서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1997년의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가를 분석했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곳 저곳에서 비정상적인 예산집행 (irregularities)이 보고되었다. 유럽의회는 감사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해당 회계연도 예산이 적법하게 집행되었음을 판단한다. 당연히 유럽의회는 당시 2월, 1997년도 유럽연합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집행위원회와  의회는 협상을 벌여 외부 전문가에게 해당 연도 예산의 집행에 대한 감사를 맡겼다. 외부 전문가들은 3월 보고서를 통해 당시 에디트 크레송 집행위원이 친구 등을 주요 보직에 고용, 정실인사를 자행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점을 감독해야 할 자크 상테르 집행위원장도 이를 태만히 했다는 점, 이곳저곳에서 유럽연합 예산이 낭비되고 사기 등의 혐의가 짙다는 점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결국 감사원과 의회, 주요 회원국의 압력에 직면한 집행위원회 위원들은 전원이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
       감사원의 연례보고서가 집행위원회 전원사퇴라는 초유의 일을 몰고 온 단초를 제공했다.


     감사원의 설립배경과 조직을 보자.

1)        설립배경과 조직
감사원은 1975년 설립되었다. 전호에서 유럽연합 예산을 설명할 때 언급했
듯이 1970년 예산조약을 통해 자체재원이 확립되었다. 이전에 유럽공동체 예산은 각 회원국이 국민총생산에 비례해서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구성돼 있었다. 유럽공동체는 공동농업정책과 공동무역정책을 통해 비회원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해 관세를 매겼다. 이 관세를 유럽공동체 예산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공동체 정책의 결과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예산으로 사용, 자체재원이라 불렸다. 회원국의 의회 통제를 벗어나 공동체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당시 유럽의회는 예산심사.의결권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체재원을 확립했기 때문에 이를 감독할 기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영국이나 독일 등 독립적인 감사원 운영을 중시하는 일부 회원국들도 유럽의회의 요구에 동조했다. 이에따라 1975년 감사원이 설립되었고 1977년 첫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원래는 유럽공동체 기구가 아닌 독립적인 기구였다. 그러다가 1993년 발효된 유럽연합조약에서 정식으로 유럽연합 기구가 되었다. 그만큼 회원국들이 유럽연합 예산에 대한 감독기능을 중시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룩셈부르크에 소재하고 있다. 25개 회원국이 한명의 감사위원을 추천하고 유럽정상회담에서 유럽의회의 의견을 들어 임명한다. 감사위원의 임기는 6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감사위원들 중에서 한명을 감사원장으로 선임한다. 원장의 임기는 3년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현재 감사원의 인력은 약 600여명 정도이다.
       각 국별로 유럽연합 예산의 감사를 맡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유럽연합 예산의 약 45%를 사용하는 공동농업정책에 들어간 예산을 감사하는 국이 있다. 또 낙후지역 등을 지원해주는 구조기금을 감사하는 국, 대외원조 등을 감사하는 국 등이 있다.

2)        업무
유럽연합 예산을 제대로 거두어 적법하게 사용했는가를 감사한다. 유럽연
합 주요기구인 집행위원회가 예산집행을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집행위원회의 장부 등을 점검하고 현장조사도 병행한다. 특히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공동농업정책의 경우 사기사건도 빈발하고 낭비가 심하다. 따라서 회원국 별로 현장조사를 실시, 유럽연합 예산을 제대로 썼는가도 점검한다. 이럴 경우 회원국 감사원과의 업무협조가 필수적이다.
       감사와 함께 집행위원회가 예산을 갖고 올바른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했는가도 아울러 점검한다. 즉 돈의 값어치에 맞는 예산을 집행했는가 (value for money)도 감사한다. 연례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었고 정책실행이 제대로 됐는가 등에 관해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보통 연례보고서는 분량이 3백페이지가 넘는다.
       유럽연합이 예산을 어떻게 거두어 지출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면 감사원의 연례보고서를 보면 된다. 2005년 11월 감사원은 2004년도 유럽연합의 예산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집행위원회가 예상했던 예산수입가운데 얼마나 걷혔고 공동농업정책과 구조기금 등에 얼마나 지출이 되었는가, 개도국과 후진국을 지원해주는 데 얼마나 지출이 됐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또 미비점에 대해 감사원의 지적이 보고서 왼쪽에 있고 집행위원회의 답변이 오른쪽에 있다.
       올해 유럽연합 예산은 1천1백11억유로, 우리돈으로 약 1백40조원 정도이다. 올 해 우리나라 일반예산이 1백44조원임을 감안하면 거의 엇비슷한 규모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예산은 분산집행되고 있으며 권한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감독하고 감사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전체 예산의 80% 이상이 각 회원국으로 지원돼 – 농민을 지원해주는 공동농업정책, 낙후지역을 지원해주는 구조기금 – 회원국이 이를 집행한다. 행정기구인 집행위원회가 직접 집행하는 예산은 10% 남짓하다. 따라서 1차적으로 회원국들이 유럽연합 예산집행을 감독하고 집행위원회,  감사원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유럽연합 예산을 ‘눈 먼 돈’이라고 여겨 낭비하거나 무작정 집행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1988년 발생한 그리스 농민의 사기사건이다. 그리스 농민들이 유고슬라비아에서 수입한 옥수수를 자국에서 재배했다고 거짓 서류를 꾸며 몇백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타냈다. 집행위원회는 이를 적발한 후 그리스 정부에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번번히 집행위원회의 이런 요구를 묵살했다.
       이 사건이후 회원국과 집행위원회간에 협약을 맺어 유럽연합 예산도 회원국 예산처럼 엄격하게 감독하고 부정한 사례가 적발되면 신속하게 조사, 처벌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의 경우 부정한 사례가 적발되면 예산지원이 중단됨을 우려, 조사도 서두르지 않는다. 또 대충 조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유럽연합 예산이 중단된다면 자국 예산으로 이를 메꿔야 한다. 관련 회원국 입장에서 보면 득이 될 게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아직 유럽연합 예산가운데 사기나 횡령으로 증발되는 돈이 얼마나 되는가에 관한 정확한 자료가 없다. 또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최소 1.4%-10% 정도의 예산이 새나가고 있다는 추정통계가 있다.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신규 회원국이 된 후 예산감독은 더 복잡해지고 업무가 많아졌다.
       또 유럽연합은 세계최대의 개발원조 제공국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산간벽지 등에 많은 돈을 지원해준다. 일단 돈을 지원해주면 수혜단체가 이 돈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등도 적절하게 감독해야 한다. 보통 유럽연합 대표부가 이런 일을 담당하는데 관련 국가의 단체, 정부와 자주 협조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3) 집행위원회내 사기방지사무실 (OLAF)
       1999년 3월 집행위원회 위원이 전원 사임한 후 집행위원회는 예산관련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사기방지사무실 (프랑스 머릿글자를 따서 OLAF라고 불린다)을 설치했다. 1989년 설립돼 활동해온 사기방지조정처의 권한을 확대, 강화했다. 이 사기방지사무실은 예산담당 집행위원이 주관하고 있지만 독립성을 보유하고 있다.
       사무총장 밑에 여러 부로 나누어 업무를 보고 있으며 약 3백여명의 직원들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감사원이 예산집행의 이상한 점을 보고한다. 감사원이기 때문에 재판권한이 없다. 이를 근거로 사기방지사무실은 관련 회원국과 협조, 사기사건을 직접 조사한다. 또 유럽연합 차원에서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과 교육 등을 개발, 관련 기구와 회원국에 전파한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있다’는 속담이 있듯이 유럽연합 예산에 대한 사기나 횡령방식은 점차 교묘해진다. 또 회원국간에 대부분 국경없는 단일시장을 이루다보니 이런 사기나 횡령도 몇개 회원국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래저래 감사원과 사기방지사무실의 업무는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회원국이 유럽연합 예산을 철저히 감독하겠다는 의지가 없이 예산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호에서는 경제사회위원회와 지역위원회를 분석한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감사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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