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5)

by eunews posted May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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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5)
   유로폴과 유로저스트

       지난 호에서는 유럽연합 자문기구인 경제사회위원회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 ESC)와 지역위원회 (Committee of the Regions: CoR)를 분석했다. 또 이와 관련된 브뤼셀에서의 로비도 아울러 해부했다. 통합이 진전될수록  유럽연합이 제정하는 조약과 지침 등이 회원국과 기업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로비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에는 유로폴 (Europol: 유럽경찰)과 유로저스트 (Eurojust: 유럽검사) 등 관련 기구를 분석한다.

       우선 유로폴과 유로저스트가 필요한 이유를 실례를 들어본다.

       실례 ) 지난 2004년 5월1일 유럽연합은 중.동부 유럽의 10개나라 –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발트3국, 키프로스, 몰타 – 를 신규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키프로스와 몰타를 제외한 8개 나라는 지난 1990년 구소련의 압제에서 해방된 후  시장경제로 전환중이다. 기존 15개 회원국의 인구는 약 3억5천만명 정도. 10개 나라가 추가로 회원으로 가입, 유럽연합 (EU) 25개 회원국의 인구는 약 4억5천3백만명으로 늘어났다.
       비단 인구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신규 회원국인 중.동부 유럽국가는 러시아, 벨로루시 (백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불가리아,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2007년 혹은 2008년 신규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25개 회원국의 육지국경은 6천킬로미터, 바다 국경은 8만5천킬로미터나 된다. 만약에 우크라이나 혹은 인근 비 유럽연합 국가에서 폴란드, 혹은 헝가리로 일단 들어온 범죄자나 난민이 25개 회원국을 마음대로 돌아다닌다고 가정해보자. 비회원국 시민일지라도 일단 한 회원국에 들어오면 다른 회원국으로 이동하는데 그다지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해마다 40만명 정도가 유럽연합 각 국에 난민신청을 제출한다. 이 가운데 7%는 동일인물이 몇개 회원국에서 신청을 한다. 즉 한 회원국에서 난민신청을 거부당하면 다른 회원국으로 이동, 또 난민신청을 한다. 각 회원국간에 이런 문제를 제대로 공조, 다루지 못하면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 또 1천4백만명의 제3국 국민 (비유럽연합인)이 유럽연합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4%가 독일, 프랑스, 영국에 살고 있다.
       유럽연합은 상품과 서비스, 노동자와 일반 시민, 자본이 거의 자유롭게 이동하는 단일시장이다. 이런 단일시장에서 유럽연합시민은 자유롭게 이동한다. 한 회원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다른 회원국으로 쉽게 도주한다. 또 마약이나 인신매매, 아동 포르노 범죄단, 돈세탁 등을 저지르는 조직범죄단도 대개 여러나라에 걸쳐 네트웍을 운영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회원국간에 내무와 법무 등의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유로폴과 유로저스트가 설립되었고 활동을 하고 있다.

      1) 유로폴 (Europol: European Police Agency)
     1992년 2월 당시 12개 유럽공동체 회원국은 유럽연합조약 (일명 마스트리히조약)에 서명했다. 단일화폐 유로를 도입하고 외교와 안보분야의 협력을 강화 (공동외교안보정책), 사법과 내무분야의 협력 강화가 이 조약의 주요내용이다.
     유럽대륙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무려 9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 정부는 유럽경찰의 설립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당시 유고내전으로 일년에 20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독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독일은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잔학상을 저지른 후 매우 자유주의적인 난민법을 제정, 시행해오고 있었다. 일단 난민을 신청하면 최종 난민판정을 받을 때까지 각 종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했다.
     난민에 섞여 범죄자들도 들어오고 이를 각 회원국이 협조, 다루자는 것이다. 독일은 유럽연방수사국 (European FBI)를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수사국은 1주 이상에 걸쳐 발생하는 범죄 등을 전담한다. 그러나 다른 회원국들은 경찰과 법 등 주권의 핵심분야에서조차 주권을 유럽공동체로 이관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결국 합의된 유로폴 설립은 각 회원국이 경찰과 이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기구의 성격이었다.
     1994년 1월3일 유로폴 마약단속반 (Europol Drugs Unit: EDU)가 활동을 시작했다. 회원국간 마약유통의 단속과 정보를 교환했다. 이어 1998년 10월1일 유로폴 협약이 모든 회원국에서 비준을 완료했다. 비준 완료이후 9개월이 지난 1999년 7월1일 유로폴이 정식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소재하고 있다. 현재 약 5백90명이 유로폴에서 근무하고 있다. 유로폴 사무총장 (Director)은 유럽연합 사법.내무장관 각료이사회의 합의에 의해 임명이 된다. 밑에 2명의 사무차장 (Deputy Directors)이 있다. 또 유로폴은 EU사법.내무장관 각료이사회의 관할하에  있다. 각 회원국이 국민총생산 규모에 맞게 지출하는 분담금이 예산이 된다. 올 해 예산은 6천3백40만유로, 우리돈으로 약 7백억 여원 정도이다. 유럽연합의 예산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기때문에 유럽의회의 관여가 배제되어 있다. 기구의 조직이나 예산에서 알 수 있듯이 회원국이 의도적으로 유럽의회의 관여를 배제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25개 회원국이 경찰이나, 세관, 이민국에서 근무하는 자국 공무원을 유로폴에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유로폴연락장교 (Europol Liaison Officers: ELO)이라고 불리며 현재 90명 정도이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테러와 조직범죄에 대한 정보수집과 분석, 회원국과의 협조이다. 마약 거래, 불법이민알선조직, 돈세탁과 위조화폐 배포, 아동포르노를 포함한 인신매매단 등 최소한 2개 회원국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회원국과 협조한다. 회원국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적 지식이나 수사기법도 제공한다.
     당연히 컴퓨터정보망 (The Europol Computer System)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보망은 정보체제, 분석체제, 색인 (인덱스)체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회원국의 관계당국과도 연결되어 있다.
     조직범죄는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다른 비회원국과도 자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마약의 주요 판매처인 콜롬비아, 러시아, 미국 등과 협약을 체결,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유럽경찰대학 (European Police College)도 있다. 영국 런던 인근의 레딩시 (Reading)에 위치해 있다. 회원국 고위.중간 경찰간부들을 교육.훈련시킨다. 정기적인 교육.훈련 강좌가 있다. 상이한 조직과 문화를 지닌 25개 회원국들의 경찰이 모여 서로를 알고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범죄 등을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식 등을 배운다. 가입 후보국 경찰간부들도 이곳에서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또 유럽경제지역에 가입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경찰들도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2) 유로저스트 (Eurojust)
       각 회원국에서 파견된 검사나 판사, 경찰공무원들로 조직되어 있다. 한 회원국이 1명씩을 보낸다. 25명 가운데 한명을 임기 3년의 위원장으로 선임한다. 회원국들이 월경범죄 (cross-border crime), 사기나 부패사건, 돈세탁 등을 수사하고 기소하는데 도움을 제공한다. 회원국 사법당국끼리 정보를 교류하고 큰틀에서 공동으로 해결할 문제 등을 논의한다. 유로폴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두 기구는 협약을 체결, 정보교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유로폴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소재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로저스트는 유럽법률지역 (European legal area)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2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유로저스트의 중요 업무중의 하나가 유럽체포영장 혹은 공동체포영장 (European Arrest Warrant: EAW)을 집행하는데 도움을 제공한다.
       공동체포영장은 2004년 1월1일부터 시행이 되고 있다. 테러용의자와 돈세탁, 조직범죄, 마약, 인신매매 등의 범죄의 경우 한 회원국이 발부한 영장이 다른 회원국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한 회원국이 범죄용의자 체포나 인도를 요청하면 이를 요청받은 회원국은 체포후 90일안에 그 사람을  인도해주어야 한다. 이 영장이 도입되기 이전 범죄인 인도는 범인인도협약을 맺은 국가끼리, 또 주로 정치적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영장은 회원국 법원끼리 바로 주고 받고 있으며  정치적 결단이 개입할 소지가 없다. 또 회원국끼리 상이한 법체계를 상호인정해준다는  의미로서 법률분야에서의 통합을 한단계 앞당겼다.
       한 회원국이 공동체포영장을 발부할 경우, 도주 범인의 은신처를 알고 있으면 특정 회원국에게 이를 요구하거나 모를 경우 전체 회원국에게 이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영장발부사실은 유로폴이나 유로저스트도 알고 있다. 또 범죄인 체포나 인도를 요청받은 회원국이 정해진 90일 시한을 넘겼을 경우 유로저스트에 통보를 해야 한다.
       영국 상원의 유럽연합위원회 자료를 보면 2004년 1월부터 올 2월말까지 영국은 모두 5천7백32건의 공동체포영장 집행을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요청받았다. 이 가운데 1백75건은 용의자를 체포했고 88명을 인도했다. 요청건수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경우 공동체포영장이 전 회원국에게 발부되기 때문이다. 영국도 이 영장을 자주 활용했다. 지난 해 7월21일 런던 폭탄테러를 저지르고 이태리로 도주한 용의자의 경우 3주만에 신속하게 영국으로 인도되었다. 2004년 1월부터 영국은 모두 2백1건의 공동체포영장을 다른 회원국에게 발부했다. 이 가운데 90건은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범죄 용의자를 체포받았고 69명은 용의자를 인도받았다. 또 2004년 9월말 현재 유럽연합 전체 회원국에서 공동체포영장은 2000여건이 발부되었다. 이 영장으로 6백53명이 체포되었고 1백4명이 인도되었다 (이 통계는 House of Lords European Union Committee, European Arrest Warrant: Recent Developments, 30th Report of Session 2005-06, HL Paper 156).

3) 외부국경운영조정처 (European Agency for the Management of Operational Coordination at the External Borders of the Member States of the EU)
       회원국들은 2004년 이 기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설립에 필요한 각 종 준비가 진행중이다. 폴란드의 바르샤바에 소재한다.
       글의 첫머리에 언급했듯이 중.동부 유럽 국가가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국경은 더 늘어났다. 따라서 러시아와 몰도바 등과 국경을 맞대로 있는 중.동부 유럽의 국가들, 지중해와 맞대고 있는 이태리와 프랑스 등의 관계당국이 제대로 국경을 수비해야 불법난민을 예방할 수 있다.
       이 기구는 따라서 회원국 국경수비대의 교육.훈련을 돕는다. 국경수비와 관련된 각 종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첨단 국경감시기술에 대한 연구, 불법난민 추방에 따르는 회원국간의 협력을 논의한다.
       내년이나 2008년에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신규 회원국이 된다. 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 서부 발칸반도에 있는 나라들도 유럽연합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경수비의 중요성이 점차 더 커진다. 따라서 이 기구도 확대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호에서는 유럽통합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는 독일의 유럽통합정책을 분석한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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