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넓고 넓은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가 있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갓난 아기를 안고 한 여인이 그 열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앳딘 얼굴과 달리 매우 긴장해 있었습니다. 열차에 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여인은 평안히 잘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열차를 탔고, 또 가야할 곳도 초행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차는 눈보라 속을 뚫고 계속 달렸고, 끝 없는 평원을 질주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인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출발한 곳에서 멀어질수록 내려야할 곳이 가까워졌기에 여인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마침 통로로 승무원 한 사람이 지나갔습니다. 여인은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기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내려야 할 곳도 초행길이라 잘 모릅니다. 혹시 아시면 미리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예. 그곳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외진 곳이라 잠시 멈추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정신을 못 차리면 그냥 지나칠 수가 있죠. 그곳 정류장이 가까워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승무원은 조용히 이야기하곤 곧 떠났습니다. 하지만 여인은 여전히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 승무원이 잊으면 어떻게 하지?' 여인은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그때 손수레에 과자나 음식을 파는 종업원이 지나갔습니다. 여인은 종업원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종업원은 굉장히 확신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아 그곳이요? 그곳이라면 내가 잘 압니다. 꼭 내릴 때가 되면 알려주겠습니다."
여인은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종업원의 이야기를 듣고는 비로소 긴장을 풀 수가 있었습니다. 긴장이 풀리자 갑자기 피로가 엄습해왔습니다.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고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렀습니다. 갑자기 기차가 덜컹하면서 섰습니다. 여인이 누군가가 자기를 흔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눈을 떠서 보니 그 종업원이었습니다.
"아주머니 어서 내리세요. 다 왔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어서 내리십시오."
자신이 내려야할 곳에 도착했다는 이야기 소리에 여인은 급히 짐을 챙겨서 아이와 함께 내렸습니다. 밖은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추운 날씨였기에 여인은 옷깃을 단단히 여민 채 창가에 서서 종업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여인이 내린 후 곧 기차가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30여분 정도가 흘렀습니다. 종업원은 여인이 앉아 있던 곳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승무원을 발견했습니다.
"누구를 찾습니까? 왜 그렇게 두리번거리죠?"
"혹시 여기 앉아 있던 아주머니 못 보았소?"
"아 갓난 아이를 데리고 있던 아주머니요? 그분은 아까 내렸는데요."
"아니 뭐라고? 그곳은 정류장이 아니오. 넓은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에게 필요한 급유를 제공해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오! 그곳은 인가도 없는 허허벌판이란 말이오!"
다음 정류장에서 급히 구조대가 결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무릎까지 오는 눈보라를 뚫고 구조대가
여인을 찾았을 때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습니다. 물론, 아기도 엄마 품에 안겨 죽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