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에 정승을 지낸 송시열과 허목은 당쟁이 심했던 당시에 권력투쟁을 벌인 서인(西人)과 남인(南人)의 우두머리였다. 한번은 송시열이 병에 걸렸는데, 백약(百藥)이 무효해 병세가 몹시 위중해졌다. 허목은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송시열은 “내 병을 허목은 고칠 수 있는데...” 하며 아들에게 ‘허목에게 가서 약방문을 얻어오라’고 하였다. 아들은 ‘허 대감이 아버지를 살릴 약방문을 써주겠느냐?’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송시열은 “그가 나와 대립하는 사이나 병든 사람을 몰라라 할 만큼 좁은 사람은 아니다.” 하며 다녀오라고 하였다.
송시열의 아들이 허목의 집에 도착하여 약방문을 구하자, 허목은 송시열의 병 증세를 자세히 물은 후 약방문을 써주었다. 송시열의 아들이 약방문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읽어 보니, 기가 막혔다. 비상, 반하, 부자 등 독약이거나 독약에 가까운 약재들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는 분노를 터뜨리며 ‘허목이 우리 아버지를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 분에 찬 모습으로 그 약방문을 아버지에게 건넸다. 송시열은 약방문을 훑어본 후 “가서 이 약방문대로 약을 지어오너라.” 하였다. 송시열의 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독약을 먹겠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버님, 이 약들은?”
“나도 안다. 그러나 걱정 말고 어서 가서 지어 오너라!”
아버지의 뜻이 확고해서 아들은 하는 수 없이 그대로 약을 지어 왔다. 그리고 송시열은 그 독약들을 달여 오게 해서 아무 의심 없이 먹었다. 그는 약기운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가 며칠 후 깨끗이 나아 일어났다.
독한 약재도 섞이면 서로 독기를 없애서 좋은 약이 되기도 하기에, 위중한 병을 고칠 때에는 독약을 쓰기도 한다. 송시열의 병은 보통 약으로는 고칠 수 없는 중병이어서 허목은 독약을 쓰게 했던 것이다. 송시열과 허목이 학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대립하는 사이였으나, 허목은 송시열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방문을 써주었고, 송시열은 허목을 믿고 약방문에 처방된 대로 독약을 먹은 큰 인물들이었다.
믿음이란 어떤 것을 따져보고 계산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믿음이 필요치 않다. 믿음은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믿음이 송시열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생과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계산을 해가며 믿을 만큼만 믿는다. 어떤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정말 믿음이 필요한 경우에는 결정을 내리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믿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경은 믿음의 길잡이다. 믿음의 바른 사용법으로 바른 인생을 살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