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인류 사회에는 지난 20여 년 동안 유난히 신종 또는 변종 바이러스가 많이 출현했다. 2001년 구제역과 광우병의 세계적 확산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전 세계를 전염병의 공포로 몰고 간 사스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였고, 2005년에 와서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도 있다는 조류 독감(Avian Influenza, AI)이 사스의 뒤를 이어서 나타났다. 조류 독감의 경우 현재도 진행 중이며, 1억에서 10억의 인구가 사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조류 독감도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예측도 나와 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주고 있는 이들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모두 ‘RNA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RNA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것은 자신을 복제하면서 똑같이 복제하지 않고 ‘불량품’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RNA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신약을 만들었다 해도, 그 신약은 복제 과정에서 변질된 복제체에는 듣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잘못 복제된 ‘불량품’ 덕에 RNA 바이러스는 웬만한 치료제에도 떼죽음을 당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는 야생 조류의 장에서만 기생할 때는 큰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야생 조류의 변을 통해 닭, 오리 등 가금류에 감염되면 호흡기는 물론 전신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형태로 자신을 변질시켜 심각한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조류독감 중 홍콩 H5N1형 바이러스는 인간에게까지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신종· 변종 바이러스가 자주 출현하는 것은 급속한 사회· 문화· 환경의 변화 때문임이 하나 둘 증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류가 위기에 빠져 있다고 한다. 그것은 어느 시대보다 현 시대의 인간이 자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인류 문명을 만들어낸 과학을 신봉하는데, 자연의 흐름에 역행한 과학과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것이 무엇인가?
구약성경 전도서에 보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전 1:2,3)라는 말씀이 나온다. 인류는 지금까지 인간을 행복하기 위해 많은 수고 속에서 살아왔지만, 실제 결과를 보면 인류가 행복의 길에 서 있지 못한 것을 발견한다. 새천년 들어 어느 때보다 많은 재난과 병균에 인류가 노출되어 있지 않은가! 본래 생태계와 자연에는 질서정연한 구조를 갖추어 인간이 살기 좋도록 유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생태계의 질서와 과학이 같이 흘러가면 행복한 사회가 회복되지만, 지금처럼 계속 흘러간다면 큰 재난이 올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에도 질서와 흐름이 있는데, 마음이 높은 사람은 그 질서를 깨뜨리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류 독감이나 사스처럼, 마음의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는 불량한 생각들이 일어나 그 사람을 불행으로 몰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인생의 흐름에 마음을 같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