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유럽에 학식이 높고 총명한 한 박사가 있었는데, 외모는 볼품이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로마 황후의 부름을 받아 그 나라의 왕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황후는 자유분방하게 생긴 박사를 보고서는 너무나 우스워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풍문에 그대는 매우 현명하고 학식이 높다고 들었소. 그런데 그 귀중한 지혜를 담고 있는 그릇이 참으로 형편이 없구려.”
조용히 그 말을 듣고 있던 박사가 황후에게 되물었다.
“황후 폐하! 이 왕궁에서는 술을 어떤 그릇에 담아 두십니까?”
황후가 약간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술은 항아리나 독에 담아 두는 것이 아니요?”
박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예? 아니... 대 로마 황제께서 드시는 술인데, 어찌 보잘 것 없는 그런 곳에 두십니까?”
그러자 황후가 궁금하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럼, 어디에 두어야 한단 말이요?”
“저 같으면 금이나 은그릇에 담아 두겠습니다.”
박사의 대답을 들은 황후은 손뼉을 치며 맞장구 쳤다.
“아! 그렇구나!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
곧 황후는 신하들로 하여금 항아리에 든 술을 모두 금 그릇에 담게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왕이 황후에게 술을 요구했다. 황후는 왕이 기뻐할 줄 알고 급히 금 그릇에 든 술을 들고 와서 왕에게 술을 부어 주었다. 그리고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왕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인상이 달라지면서 술을 바닥에 뱉아버렸다. 그리고 황후에게 술맛이 왜 이런지를 따졌다. 황후는 술맛이 더 좋아지라고 술을 금 그릇에 옮겼다고 이야기를 했다. 왕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술은 금 그릇에 담아두면 맛이 변한다는 사실을 모르느냐고 책망한 후 화가 난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황후는 너무나 창피하고 성이 나서 급히 자기를 골탕 먹인 박사를 불렀다. 곧 박사가 황후 앞으로 불려왔다.
“학식이 높고 지혜롭다는 그대가 어찌 내게 그런 일을 권했소?”
그러자 그 박사는 침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는 다만 귀중한 것도 때론 보잘것없는 그릇에 담아 두어야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으로 판단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 판단은 껍데기에 국한되기 때문에 잘못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판단은 외형보다 실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가장 귀한 천국은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다고 한 것이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마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