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프랑스 와인 자습서 제5장 샹파뉴(Champagne) – 7
오늘은 샹파뉴 번외편이다. 레스토랑에 가지 않은 이상 샹파뉴를 마시려면 병을 열어서 잔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막상 샹파뉴를 열려고 하면, 특히 여러 사람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괜히 긴장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폼나게 샹파뉴를 열어서 따르는 방법을 배워보자.
우선, 샹파뉴를 열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온도다. 샹파뉴는 차갑게 마셔야 한다. 그리고 샹파뉴를 열어서 기포가 가장 힘 있을 때 마셔야 한다. 결국, 차가운 상태에서 열어서 서빙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8도 정도, 좀 더 고급 샹파뉴라면 10도, 특별한 경우는 12도 정도에서 서빙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8도에 맞추자.
출처 : www.champagne.fr
첫 번째 작업은 차가운 샹파뉴 병목의 알루미늄 캡슐을 벗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샹파뉴는 한쪽에 캡슐을 벗기기 쉬운 부분이 있다. 없다고 긴장하지 마라. 위쪽을 적당히 벗겨내면 된다. 그다음인 와이어(코르크를 고정한 철사 부분) 여는 순서부터는 살짝 긴장하자. 왜냐하면, 샹파뉴는 압력이 워낙 강해서 실수로 코르크가 사람의 눈을 향할 경우 실명의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다. 장난친다고 샹파뉴 병을 사람 쪽으로 향하지 마라. 절대로. 장난이 장난이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
와이어를 돌릴 때는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왼손을 병목에, 오른손을 병 몸통에 놓자.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코르크 위쪽을 강하게 누른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와이어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돌리자. 왼손 엄지는 코르크가 완전히 열릴 때까지 힘을 빼서는 안 된다. 보통의 와이어는 6번 돌리면 모두 풀린다. 하지만 러시아 황제의 샹파뉴 '루이 뢰더러 크리스탈'은 특별히 7번이다. 주의하자.
와이어가 모두 풀리면 따로 벗겨내지 말고 그 상태로 코르크를 꼭 쥔다. 이때 미끄러움을 막고, 실수로 코르크가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르크 위를 리넨으로 덮기도 하는데 필수는 아니다. 코르크를 쥔 왼손은 고정한 생태에서 오른손으로 병 아랫부분을 살살 돌리다 보면, 코르크가 조금씩 올라오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거의 다 올라왔을 때 코르크를 한쪽으로 기울여 이산화탄소를 빼주자. '쉭'. 이 정도면 준수하다.
'뻥' 소리를 내며 여는 것은 전혀 예의가 아니니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싸구려 스파클링 와인을 기분 내려고 마시는 것이라면, 그렇게 열어서 흔들어대도 상관없지만, 상대가 샹파뉴라면 샹파뉴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자.
그렇게 샹파뉴를 연 후에는 잔에 따르자. 굳이 여러 종류의 잔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될 수 있으면 샹파뉴 전용인 기다란 플뤼트(Flûte)는 따로 준비하자. 샹파뉴는 눈으로도 마시는 와인이기에, 힘차게 솟아오르는 섬세한 거품을 즐기기에 플뤼트 만한 잔이 없다. 그럼 플뤼트에 자신 있게 따라보자. 중간쯤 따랐을 때 거품이 잔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잠시 멈추자. 그리고 거품이 중간 이하로 내려왔을 때 다시 한 번 따라서 2/3 지점에 맞추자.
출처 : www.champagne.fr
그런데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면 거품이 잔 위로 넘칠 수도 있다. 그 순간, 넘치는 거품을 입으로 마시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맥주 마시는 자리에서는 허용되지만, 샹파뉴에서는 아니다. 차라리 흘러내리도록 놔두고 닦아내자. 첫 번째로 샹파뉴를 따르고 잠시 멈춘 후 다시 따르는 이 동작을 절도 있고, 자신 있게 하면 정말 프로처럼 보인다. 몇 번 연습하면 자신이 붙는다. 집에서 혼자서 연습해 보자.
크리스마스와 연말, 1년 중 샹파뉴를 가장 많이 마시는 기간이다. 가족, 친구와 함께 샹파뉴 마시는 자리에서 멋지게 열어서 폼나게 서빙해보자. 혹시 실수하더라도 자신 있게 하라.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 실수를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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