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편견이 되다(2) - 교육과 직업
학생이 직업이 된 젊음들은 한 가지 전공은 불안해서 모두 복수 전공으로 몰린다. 그것도 부족해서 이 곳 저곳에서 경험을 쌓는다. 일반 유명 회사들은 이 젊음들을 상대로 경험의 현장을 제공해 준다는 명목으로 온갖 잡스러운 일은 다 시킨다. 인턴 과정이나 스펙 쌓기는 자발적 노예 상태로 들어가기 전에 준비된 노예상태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학위의 과잉 축적은 학위의 질을 현저하게 낮추어 놓았고 과잉경쟁으로 인한 동료간의 눈치나 배반의 이야기는 더 이상 가십거리도 안된다.
대부분 현대 국가들은 민주공화국이고 자유와 평등이 헌법이나 권리선언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학교와 학위 순서로 사람의 등급을 나눈다. 박사, 석사, 학사 수능합격자 중등학교 졸업 시험통과자, 교수 자격 시험 통과한 자 ..
프랑스에서 고교 교사나 대학교수는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라 교수 자격 시험 통과자라야 한다.대한민국의 교수들은 대 부분 박사학위 소지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학위를 받은 대학이나 그 대학의 수준이 검증된 적은 없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사가 임용고시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상아탑의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자들은 자격 검증이 없다.
학위의 순서와 출신 학교의의 순위는 사회에 나가 봉급의 순위와 일치된다. 학위를 가졌다고 우수한 노동력은 아니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간의 인간적인 내부의 갈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 충실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학교 출신이나 동등한 학력을 가진 집단끼리는 서로를 챙겨주며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확실한 바리케이드를 두르고 있다.
실제로 내가 작은 회사를 경영할 때 능력을 보고 고교 졸업자를 대졸자보다 위의 직급에 두고 봉급을 더 준 적이 있었다. 대졸 직원들의 불평 불만을 해소시키기가 마땅치 않았다.
학위를 걸어 놓고 그 학위의 노예가 되어 바라보기만 하여도 기쁨이 벅차 오를 수 있기는 하지만 학위가 일을 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잊었다. 노동의 주체는 학위가 아닌 사람이며 바로 나다. 바이올리니스트 고병우가 아무리 좋은 바이올린을 사 놓아도 그 바이올린이 고병우를 대신해서 음악을 연주하며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그 아름다운 소리는 고병우가 직접 활을 들고 혹독한 훈련을 거쳐 바이올린을 켤 때만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
여러 가지 요리 자격증을 가진 요리사 민선이가 아무리 요리를 잘 해도 밭에서 일하는 농부가 농사를 게을리해서 식재료가 없다든지, 아름다운 그릇을 장만했더니 설거지를 안 해서 너무 지저분하다면 민선이는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없다. 민선이가 아무리 착한 요리사라도 좋은 재료를 가져오지 않으면 좋은 요리를 할 수가 없다.
정책을 만들고 논문을 내고 장문의 심층 취재 기사를 써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지도자 정신을 이야기 하던 사람들이 그들의 정책이나 논문이나 기사로 인하여 세상을 혼란하게 하고 어렵게 하여도 그들은 책임에 있어서는 안전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고위직 공무원의 정책이나 상아탑 교수의 엉터리 논문이나 기자들의 무책임한 기사나 논평이 재판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그들만의 자유와 권리의 경계는 세상의 경계와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을 사는 사람들은 구름 위에 사는 그들과 달라서 무슨 실수를 하면 당장 해고의 칼로 목이 잘리든지 어렵게 이룬 재산을 다 탕진하게 되든지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고 감옥에 가서 근신하고 독서해야 한다.
학교가 만들어 내는 학생은 사회가 필요로 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내일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될 학생이 제조된 상품과 광고를 읽고 전하고 쓰고 셈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마음껏 발산하고 세상을 누릴 수 있는 기쁨에 충만한 세대 양성을 학교에 바라지만 학교는 점수로 등급이 메겨진 학생들을 상품으로 소비 사회에 제공해 줄 뿐이다. “이 학교에서는 월 이천 유로짜리 미래의 직업인을 만들어 줍니다.” “저 학교에서는 미래 월 사천 유로를 보장합니다.” “우리 학교는 전 세계의 부호들의 자제들이 몰려옵니다.” “저희 학교는 1%들이 몰려 옵니다. 우리의 1%가 99%를 잘 활용하면 풍요한 삶의 독점이 보장됩니다.”
이 광고에 나오는 학교의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기들이 이루어 놓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충성을 서약하면 미래를 보장해 주고 자기들과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다고 주장 한다. 이들의 결속력은 조폭의 그것보다 결코 약하지 않다.
공부나 학문이 기쁨이 되어야 정상인데 공부의 결과, 학문의 결과가 봉급 봉투의 숫자로 나와야 정상이라면 상식이 삐뚤어져도 크게 삐뚤어 졌다.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오늘의 공부가 나중에 전혀 쓸모 없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한다. 어쩌면 지금 시간 낭비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한다. 오늘의 학교 성적이 아이들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수 십 년 인생을 살고 나니 하룻밤 꿈을 꾼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자. 인생을 별볼일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이야기 해 주자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하자. 광활한 우주에서 태어난 수 많은 생명체 가운데 바퀴벌레도 아니고 쥐새끼도 아니고 사람으로 지구에 태어난 영광에 자부심을 갖자. 무엇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인간으로 자부심을 갖도록 해 주자.
지금 우리 부모들이 가정에서, 교사들이 학교에서, 인생의 선배들이 사회에서 가르쳐 주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줄지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가끔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사회 공동체로부터 배운 것에서 벗어 나는데 평생 걸리고 결국은 그 덧에 갇혀 헤어 나지 못하고 지구를 떠날 수도 있다.
사계절 옥탑방에서 테오
bonjourbible@gmail.com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