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나 회의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 내려진 것을 그저 보고만 있던 적은 없던가? 동조란 복종하라는 외부의 압력이 없음에도 의식 혹 무의식적으로 타인에 의해 행동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더욱이 그 의견을 다수가 지지한다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힘들어진다. 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몇 사람이 “자장면”을 외치면 다른 것을 먹고 싶다 해도 “나도 자장면!”이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비자발적 동조는 일상 생활에서 꽤 흔하다. 심리학자 애쉬는 사람들의 이러한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8명의 학생들을 모아 한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8명의 학생들 중 실제 피험자는 한명이고 나머지는 실험 협력자이다. 실험 내용은 2장의 카드를 준비하여 한 장의 카드에 선을 한 줄 그려놓고, 다른 카드에는 앞의 카드와 같은 길이의 한 줄과 다른 길이의 두 줄의 선을 그려놓는다.
그리고 앞의 카드와 같은 길이의 선을 다른 카드의 3줄에서 찾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고 쉽게 답을 맞출 수 있는 실험이다. 그런데 이상한 사실을 애쉬는 증명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피보험자로 하여금 혼자서 정답을 찾게 했더니 99% 이상의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그런데 다른 실험 협력자들이 먼저 답을 이야기하게 한 후 피험자로 하여금 답을 찾게 했다. 그때 갑자기 한 실험 협력자가 일부러 오답을 말한다. 이어 다른 협력자도 역시 똑같이 대답한다. 이 경우 피험자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자기 생각대로 정답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 맞춰 오답을 말할 것인가?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혼자일 경우 99% 이상의 정답률이 나오던 질문에 오답률이 36.8%를 기록했다.
애쉬는 123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피험자로 해서 계속 실험을 진행했는데, 76.4%가 적어도 한번은 오답을 냈다. 또한 실험은 18번 연속으로 이루졌는데 한번도 오답을 말하지 않은 사람은 23.6%, 즉 29명에 불과했다.
애쉬는 ‘동조하는 사람의 수’에 주목했다. 오답을 말하는 협력자가 1명인 경우 동조는 잘 이루어지지 않지만 2명일 때 오답률은 크게 올랐고 6명일 때 최고의 수치를 기록했다. 그 이상의 경우는 오답률이 조금 줄지만 실험실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는 ‘동조자가 많아지고,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동조 현상이 잘 일어났다. 이것은 집단으로부터의 따돌림을 방지하려는 동기로 ‘사회적 비난에 대한 공포’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진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사회적 인정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답이 분명한 경우에도 이러한데 상황이 보다 복잡해지고 판단이 애매해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주위에서도 진리와 상관없이 주변의 분위기에 동조하여 진리를 저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진리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들의 의견이나 사회분위기에 동조하는 것에 앞서 무엇이 진리이고 진정으로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