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가격 하락과 또다시 재기된 국제 음모론

by eknews posted Dec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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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유가격 하락과 또다시 재기된 국제 음모론

지난 2003년 3월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이라크 전쟁'은 그 원인에 대한 설들이 많지만 석유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많다.

'21세기 지구의 눈물'이라 부르는 이라크전은 이라크에 숨겨둔 대량살상무기를 제거,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대외명분이었다.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였다. 이 전쟁으로 민간인 1천253명 이상이 죽고, 부상자만도 5천100여 명이나 됐다.

이 이라크전이 석유 때문이었다는 주장은 연합군에 참여한 호주 국방장관이 2007년 국방백서를 발표하면서 기자의 질문에 "호주가 이라크전에 동참한 이유는 중동지역 석유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해 발단이 됐다. 

이후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회고록에서 "모두가 아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정치적으로 불편하다는 점은 유감이다. 이라크 전쟁은 전적으로 석유에 관한 것이다"라고 밝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한 전쟁 당사국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런 음모론은 사실 그 이전부터 있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는 소련에 뜻하지 않은 횡재를 안겼다. 당시 소련은 비효율적인경제체제에다 군사력 증강에 가용자원을 과잉 투입한 결과 재정난이 극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급등은 소련 국내에서 부족한 물품을수입하는 데 필요한 서방의 경화(Hard Currency) 확보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독이었다. 원유판매 수입 급증으로 재정에 숨통이 트이자 소련 집권층은 경제체제를 개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군사비 지출은 더욱 늘렸다. 그 결과 1970년대 말 소련의 국내총생산은미국의 6분의 1밖에 안됐지만, 국방 예산은 미국의 3배에 달했다

이런 상태로는 국가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가 없다. 소련은 1991년에 망했지만 망조는 그때부터 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앞당긴 이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전략은 1981년 11월 서명한 ‘NSDD(국가안보결정지침) 66호’라는문서에 잘 나와있다. 핵심은 ‘소련이 생존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를 공격함으로써 소련경제를 파탄시킨다’는 것이었다. 

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당시 소련 경제의 생명줄인 석유로-당시 소련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 2에 달했다-
유가를 내려 소련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 레이건의 전략이었다.

이후의 사태는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NSDD 66호가발효된 이후 4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고 미국과공조해 원유생산량을 4배로 늘렸고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그 결과 소련이 입은 손실은 무려 연간 2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렇게 시작된 저유가 시대는 1988년까지 이어졌다. 

NSDD 66호에 따라 소련에 대한 금융지원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러한 저유가 공세는 소련의 목을 조이기에 충분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떨어지는 유가 뒤에는 정치적 음모가 있다”며 ‘음모설’을 제기했다. 푸틴은 음모의 주도세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을 지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의 유가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셰일혁명’이란 게 정확한 분석이지만우크라이나사태로 미국과 ‘신냉전’에 들어간 러시아로서는 소련의 몰락을 가져온 ‘미국의 저유가 음모’를 떠올릴 만하다.

15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폭락한 것을 두고 주요 산유국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유가 인하 음모는 중동의 무슬림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음모론을 제기했다. 

유가 하락으로 정부 재정 가운데 원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적대관계인 국가에 해를 입히려는 시나리오의 일부라는 것이다. 

세계 석유 생산 1위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편에 서서 '정치적 의도'로 유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에 가서 50파운드어치 (62유로 정도) 휘발유를 넣었더니 무려 43ℓ넘게 들어갔다. ℓ당 1.37파운드까지 치솟았던 휘발유 값이 최근 1,21파운드로 뚝 떨어져 주유 미터기를 보는 시선이 조금 편해졌다.

'정치적 의도'든 '시장 가격'이든 유가가 내려서 겨울을 맞는 서민들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져서 다행이다. 

저유가로 내년에는 가라앉은 경기가 생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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