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주처(周處)라는 이름난 깡패가 있었다. 그는 몹시 포악하고 싸움을 잘하여 마을 사람들의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자신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강에는 교룡(蛟龍)이 살았고, 뒷산에는 호랑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주처와 교룡과 호랑이는 모두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악당 세 놈’이라고 불렀다. 그 중에서도 주처의 횡포가 가장 심했지만, 주처는 교룡과 호랑이만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지혜로운 마을 사람 하나가 주처에게 호랑이를 죽이라고 설득했다. 이 말에 주처는 흔쾌히 호랑이를 죽이러 뒷산으로 들어갔다.
“둘 중에 하나는 죽겠지?”
“주처가 죽었으면 좋으련만...”
마을 사람들은 주처가 죽기를 바랐다. 그런데 주처는 호랑이를 찔러 죽이고 의기도 양양하게 마을로 돌아왔다.
“정말 용감한 일을 했네. 자네 덕택에 우리는 호랑이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네.”
“자네의 힘이면 교룡도 문제없이 해치울 수 있겠지?”
마을 사람들은 소를 잡아 잔치를 베풀고 온갖 말로 주처를 꾀어 부추겼다.
그 바람에 주처는 강에 들어가 교룡과 격투를 했다. 막상막하, 불꽃 튀는 싸움이었다. 한참을 싸우던 교룡은 떴다 가라앉았다 하면서 수십 리를 떠내려갔는데, 주처도 그놈을 꽉 붙잡고 같이 떠내려갔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주처도 교룡도 행방이 묘연했다.
“두 놈이 모두 죽은 것이 틀림없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와!”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축하했다.
그러나 주처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교룡을 죽이고 강에서 살아나온 주처는 걸음을 재촉하여 마을로 돌아오고 있었다.
“엉? 사람들이 왜 저렇게 즐거워하지?”
주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람들 곁으로 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렇게 즐겁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불안한 기색만이 가득했다.
주처는 비로소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걱정거리로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하게 부끄러움을 느낀 주처는 그 길로 마을을 떠났다.
어느 곳에 이르러 모두가 존경하는 현인을 만나게 되었다. 주처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그 현인에게 말했다.
“저는 전혀 제 자신을 몰랐습니다. 오늘에야 제가 얼마나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사람인지를 알았습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러자 현인이 말했다.
“이제 당신은 누구보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소. 다시 마을로 들어가서 지금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시오.”
주처는 현인의 말을 그대로 듣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는데, 정말 주처는 달라졌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 마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누구도 자기 얼굴을 스스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반드시 거울을 통해서만이 자기 얼굴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처럼 자기 자신의 생각에 잡혀 있는 사람도 자기를 알 수 없다. 또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악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자기를 발견하게 될 때 비로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