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은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달려갔지만,
불행히도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멀쩡하던 두 눈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은 채 우울하게 지냈다.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왼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었다.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 쪽 눈 이식 수술을 마친 청년은
한동안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다.
그때도 청년은 자신을 간호하는 어머니께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냐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청년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청년은
붕대를 풀게 되었다.
그런데 붕대를 모두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의 눈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는 한 쪽 눈만 보이는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내 장님 몸뚱이가 네게 짐이 될 것 같아서..."
"......."
청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어머니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의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분명 전에 자기 눈만으로 살았을 때와 달랐을 것이다.
새 해가 밝았다.
올 한 해에는 자기의 눈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면
더욱 새롭고 복된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