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가면 도로가에서 꽃으로 된 목걸이를 파는 어린이들을 흔하게 본다고 한다. 작고 하얀 꽃들을 모아서 만든 목걸이로 비싸지 않기에, 도로를 왕래하는 운전사들은 흔쾌히 하나 사서 운전석 옆에 걸어놓는다. 꽃향내가 얼마나 진하고 향기로운지, 지치고 짜증스럽던 마음이 금방 상쾌해진다. 거리 좌판대에서도 이 꽃을 파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가고, 손님이 왔을 때에도 이 꽃 목걸이를 걸어준다.
필리핀 사람들 누구나 좋아하는 이 꽃은 쟈스민의 일종으로 필리핀의 국화(國花)인 삼파퀴타(Sampaquita)다. 필리핀 말 “Sumpa kita”는 “당신에게 맹세합니다”라는 뜻으로, 사랑의 맹세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꽃의 이름이 사랑의 맹세를 뜻하는 삼파퀴타가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오래 전, 필리핀의 한 왕국에 ‘웨이웨이’라는 공주가 있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약혼자 ‘가린’ 왕자가 있었는데, 이웃 나라와 전쟁이 시작되어서 왕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떠났다. 공주는 왕자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기도했는데, 안타깝게도 왕자는 어느 격렬한 전투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왕자의 전사 소식을 들은 공주는 슬픔에 젖어 음식을 멀리한 채 매일 왕자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냈고, 결국 병을 얻어 시름 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그후 공주의 무덤에서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가린 왕자만을 사랑했던 웨이웨이 공주의 마음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고 여겨 그 꽃을 ‘삼파퀴타(당신에게 맹세합니다)’라고 불렀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삼파퀴타는 지금도 ‘사랑의 맹세’를 나타내는 꽃이다. 한 남자가 삼파퀴타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주고, 그 여인이 그 목걸이를 목에 걸면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삼파퀴타는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으며, 축제, 결혼식, 종교행사 등에도 사용된다. 또 누군가가 집이나 마을을 방문할 때 환영의 뜻을 전하기 위해 화환으로 만들어서 걸어 주기도 한다.
삼파퀴타는 작고 화려하지 않지만, 그 향기는 하늘에서 내려온 듯해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매연, 땀, 냄새, 더위에 지쳐 있는 필리핀 사람들을 금방 기운을 차리게 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삼파퀴타의 힘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꽃 이름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의미만큼이나 향기 또한 좋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생명을 바쳐서라도 약속을 지키는 이들을 고귀하게 여기고, 그들을 기린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소중한 것은 그것을 믿고 있는 사람 때문이다.
성경은 구약(舊約)과 신약(新約), 약속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약속하셨다. 그 약속대로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셨고, 우리 죄와 질병과 고통과 슬픔을 짊어지셨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다 해결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