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금속은 ‘결정구조’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결정구조는 고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주기적이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상태를 말한다. 금속에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면 규칙적인 결정 내에 있는 원자들이 힘이 가해지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영구적으로 형태가 변하게 된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힘을 작용하여 금속 결정 내 원자들의 배열에서 아랫열을 윗열과 어긋나게 절단할 때 필요한 이론적인 강도는 마그네슘의 경우 17.2GPa이다. 그러나 실제 금속이 미끄러질 때 측정된 강도는 9GPa로 이론 값보다 훨씬 작다. 즉 금속은 이론적으로 계산된 수치보다 훨씬 작은 힘을 가해도 변형이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금속에 전위(dislocation, 轉位)라는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위란 결정격자 내에 있는 원자들이 부분적으로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이탈되어 있는 부위를 말한다. 결함이 없는 완전한 결정에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힘이 주어졌을 때 모든 원자가 한꺼번에 한자리로부터 다른 자리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전위가 있을 경우 전위선을 따라 한 줄씩만 이동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미끄러짐이 발생하여 훨씬 적은 힘으로도 금속의 변형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면 벽돌 10장을 나란히 쌓아놓고 이를 한번에 1m 움직이는 것보다 한 장씩 1m 옮기는 것이 훨씬 적은 힘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세상에 완전한 금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완전하게 만든다 할지라도 전위와 같은 결함이 없는 금속은 없다. 전위는 결정이 성장할 때뿐만 아니라 다 성장한 후 외부로부터 힘을 받아서도 생기기 때문이다. 즉 금속에 힘을 가할 때마다 전위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전위와 같은 결함들은 적을수록 좋을까? 그렇지 않다. 전위가 많을 경우 각각의 전위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금속을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철사를 한번 구부리면 다른 방향으로 구부릴 때 처음 구부렸던 그 위치가 아닌 그 양옆에서 구부려지는 것도 이러한 현상 때문이다.
또 가공하는 동안 일정한 공간 내에 전위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금속의 강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칼을 만들 때에 쇠를 망치로 두들겨서 만드는 것도 금속에 결함들을 많이 만들어줘서 쇠를 더 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금속에는 전위 외에도 다른 결함들이 있으며 기술자들은 이 결함들을 이용하여 금속을 더 강하게 만든다. 금속의 결함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고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결함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도 완전한 사람이 없고 모두 적거나 많은 결점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결함들을 없애길 바라며 그럴 수 없다면 최대한 가리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함과 문제들이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더욱 큰 복 가운데 거하게 해준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 12:9,10)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