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매여 산다. 만물은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변한다. 계획을 세울 때의 조건상황은 계획을 시행할 때에는 이미 변해있는 데도 스스로 세운 계획에 매여 변화를 알아채지도 못하고 처음 계획을 고집한다.
가진 것 안 가진 것 온갖 것에 집착하여 눈이 있어도 하늘 뜻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하늘 뜻을 듣지 못한다. 가진 생각을 놓지 못하고 가진 재물에 매이고 맺은 인연에 연연하고 이루어 놓은 학문을 붙들고 있어 순리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아는 것이 많아서 순리로 살지 못한다. 사람이 아는 것은 사는 동안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 밖에 없는데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하고 그것만 옳다고 생각한다. 천동설을 가지면 천동설에 매여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않고(知識에 매인다) 서양의학 이론을 배우면 동양의술을 인정하지 않는다. 알면 알수록 아는 것에 매이고 갇혀서 자기가 아는 것 너머의 무한한 하늘 뜻을 알지 못하여 그 하늘 뜻을 따르지 못한다.
마음에 때가 묻어 하늘 뜻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다. 때가 끼인 유리창으로는 바깥의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또 마음이 협소하여 가장 크고 넓고 높고 낮은 하늘 뜻을 몰라 순리로 살지 못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무한한 하늘을 볼 수 없듯이. 또 마음에 하늘 뜻 아닌 것들(재물, 가족, 사랑,지식…)을 가득 채워놓고 있어서 그것에 가리워 하늘 뜻을 알지 못한다.
몸에 매여서 순리로 살지 못한다. 하늘 뜻이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조건이라면 궂은 일을 해야 하나 궂은 일을 피하고 힘들여 몸을 써야 하는 조건이라면 몸을 써야 하는데 몸을 쓰지 않고 게으름 피우고 몸이 고통스러워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몸을 편하게 하고 아끼기 위해 하늘 뜻을 따르지 않는다.
‘나’를 가지고 있어 순리로 살지 못한다. ‘나’가 있어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나의 생각을 가져 나의 생각으로 산다. ‘나’가 있어 ‘나’를 위해 산다. 하늘 뜻이 아닌 내 뜻으로 산다.
순리의 삶을 살려면 ‘나’가 없어야 한다. ‘나’가 있으면 하늘 뜻보다 ‘나’를 앞세우기 때문에 하늘 뜻을 따르지 못한다. ‘나’가 있으면 ‘나’의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에 머물게 되어 순리의 흐름 따라 흐르지 못한다. ‘나’가 있으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나’가 가진 생각 속에 갇혀서 무한한 하늘이 되어 하늘 뜻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 삶(順理의 삶)을 살 수가 없다. ‘나’를 다 버려 ‘나’가 없어야 순리의 삶을 살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