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기 나라’의 다섯 마을의 분열이 갈수록 골이 깊어져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슴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

by 유로저널  /  on Nov 13, 2006 16:49
‘해발기 나라’의 다섯 마을의 분열이 갈수록 골이 깊어져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슴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님을 모시는 일로 서로 대립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섯 마을 사람들이 서로 자기 마을이 좋다고 자랑하는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하는 문제로 옮아 가더니 급기야는 정통성문제로까지 비화되었슴니다. 서로 자기네 마을이 옳고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상대방을 흘뜯으며 끊임없이 다투었슴니다. 다섯 마을 중에서도 ‘해오름 마을’과 ‘해내림 마을’의 대립이 가장 심각하였슴니다. ‘해바로 마을’사람들은 원래부터 자기 마을에서 ‘해모심’을 해 왔고 또 그것은 자기네 마을이 햇빛을 가장 바르게 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해오름 마을’ 사람들은 해님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자기네 마을이 정통이라고 주장하였슴니다. 또 ‘해내림 마을’ 사람들은 해님이 온종일 밝음과 따스함을 고루 베풀어 주신 후 하루를 마감하고 휴식에 들기 직전에 해님에게 인사 드리는 자기네 마을이 옳다고 하였슴니다. ‘바른 해오름 마을’과 ‘바른 해내림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입장이 비슷하여 뜻을 같이 하면서 다른 마을들이 자기네 입장에 치우쳐 있다고 비난하면서 서로 갈라져 싸우지 말고 사이 좋았던 옛날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호소하였슴니다. ‘해모심’ 행사의 시간을 놓고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굽히지 않았슴니다. ‘해오름 마을’에서는 해 뜰 무렵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해내림 마을’ 사람들은 해질녘에 해야 한다고 하였슴니다. 제단을 어느 방향에 차리고 어느 방향으로 절을 바치느냐 하는 문제로도 다툼이 심각하였슴니다. ‘해오름 마을’ 에서는 동쪽을 향해야 한다고 하고 ‘해내림 마을’ 에서는 서쪽을 향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슴니다. 그리고 ‘해오름 마을’ 사람과 ‘해내림 마을’ 사람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어정쩡한 처지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바른 해오름 마을’ 사람과 ‘바른 해내림 마을’ 사람을 은근히 멸시하였슴니다. ‘해모심’ 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과 다툼은 언쟁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하고 마을 간의 패싸움으로까지 번져 수많은 사람이 다치기도 하였슴니다. 의식이 높고 열린 일부 사람들이 다 같은 해님의 자손임을 일깨우며 하나로 화합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대립과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슴니다. ‘해모심’ 을 둘러싼 주장들은 각 마을의 이념으로 굳어졌슴니다. ‘해모심’을 둘러싼 갈등은 이념과 신념의 갈등이었기 때문에 화해와 화합은 기대할 수가 없게 되었슴니다. 이념과 신념의 문제로 까지 되고부터는 ‘해모심’ 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간에 일어나는 작은 다툼도 마을 간의 문제로 비화되었고 사사건건 문제를 삼았슴니다. 다른 마을 사람과의 혼인은 금지되었고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으면 다른 마을로 오고 갈 수도 없게 되었슴니다. 마을 사람들의 정서(情緖)도 예전의 사랑과 화합에서 증오와 분열로 바뀌었슴니다. 어쩌다 서로 마주치면 험상궂은 표정으로 외면하고 돌아앉고 발길을 돌렸슴니다. 조상을 같이 하는 한 핏줄이면서 오랜 세월을 같은 해님을 모시면서 서로 평화롭게 지내던 ‘해발기 나라’ 의 다섯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원수처럼 갈라서고 말았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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