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K·Y 수첩 파문’ ,친박vs비박의 용호상박 노골화
논란이 된 이 문구는 ‘십상시’ 명단에 등장한 친박 보좌관 출신중에 한 사람인 음종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2급)이 술자리 사석에서 정윤회 문건 배후로 김무성 대표(K)와 유승민의원(Y)을 지목한 것을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이 받아 적어 김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음 전 행정관은 해당 발언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비서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 쪽에 줄을 대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은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김 대표는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로했고, 지난해 ‘청와대 얼라들’이라며 일부 행정관 행태를 꼬집었던 유승민 의원 역시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와 유 의원은 한때는 친박이었지만, 지금은 비박으로 분류되는 ‘탈박’ 인사다.
정윤회 문건에서 거론됐던 ‘십상시’ 중 한 명이었던 한 여권 관계자가 지난 연말 송년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껄끄러운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에 대해 “김무성 사생활은 빠짐없이 체크되고 있다.” 고 밝혀 사정당국이 관련 정보들을 수집,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그 또한 “조응천 뒤에 김 대표가 있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집권당 대표가 그래서야 되겠느냐”며 마치 김 대표 배후설을 사실인 양 말하는 등 김 대표가 정윤회 문건에 개입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결국 ‘십상시’를 포함한 핵심 친박들 사이에선 이미 김 대표가 정윤회 문건 배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계의 한 재선 의원은 사석에서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윤회 문건 유출을 ‘어부지리를 노린 이간질’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김 대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 수 있다. (김 대표가 배후라는) 잘못된 정보가 박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감방에서 당국의 검열을 피해 비밀 편지를 몰래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비둘기 날린다고 한다. 그런데 집권여당 대표가 국회에서 수첩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언론을 통해 만천하에 비둘기를 날렸다. 국민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라고 썼다. 김 대표가 수첩 메모를 일부러 카메라에 노출시켰다는 것이고 실제로 친박 의원들 상당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 대표 자리는 방청석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본회의장 맨 뒷줄이여서 김 대표가 뒤에서 자신을 향하고 있는 카메라 렌즈를 의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비박계는 이번 음 전 행정관 발언을 핵심 친박 인사들의 감춰져 있는 속내로 받아들이고 있어 친박과 비박이 사실상 루비콘을 건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음 전 행정관 발언이 있었다는 바로 다음 날인 12월 19일 박 대통령이 친박 중진 의원들만 불러 만찬을 열고, 12월 30일 친박 의원들이 김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낸 것과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는 등 친박과 비박의 용호상박의 치열한 대결 구도가 드디어 밖으로 표출되었다는 분석이다.
음 전 행정관은 권영세 주중대사, 이정현 의원 등 핵심 친박 의원 보좌관 시절부터 전략통으로 이름을 날렸고 특히, 지난 17대 국회에서 권영세 대사와 함께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 '국정원 제이유 로비 사건' 등을 잇따라 터뜨리며 기자들 사이에서 '특종 보좌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음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 공보기획팀장을 맡아 활약했고, 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돼 위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대응책을 만들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박계가 ‘일개 행정관이 감히’라는 표현을 쓰고 있긴 하지만 웬만한 친박 의원들보다 파워가 세다는 게 정설이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음 행정관은 청와대 문고리 3 인방중 같은 대학 출신인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는데, 두 사람은 88학번 닭띠 모임인 '팔닭회' 멤버였다.
새누리당 친이계 수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제 행정관까지 나서서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데, 이래서 되겠느냐"고 비판하면서 "지도자의 덕목 중에 하나가 잘못된 것을 알면 빨리 고치는 것"이라며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유로저널 김 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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