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虛妄)한 것에 매여 그것을 얻어 가지기 위해,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것이 되기 위해 산다. 그것이 다 인줄 알고 그것을 구하며 산다. 그것을 위해 무리(無理)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富)를 갈망하고, 지위(地位)를 얻으려 하고, 명예(名譽)와 권세(權勢)를 누리려 한다. 부(富)를 가지면 부에 매이고(그것을 지키려 하고 그것을 더 불리려 하고 그것을 가지고 이것 저것 하려고 勞心焦思한다) 지위를 얻으면 그것에 맞는 언행을 하고 지위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으려 하고 기대하며 삶을 지위에 맞추어 산다. 또 온갖 사상(思想)이나 이념(理念)을 만들어 서로 대립하고 싸우고 그것에 목숨을 건다. 종교분쟁(宗敎紛爭)으로 피를 흘리다 화해(和解)했다가도 세월이 흐르면 또 다른 모습의 분쟁이 일어난다. 공산주의이념으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는데도 그 이념을 버리지 못하고 연연해 한다. 여러 번 겪어서 허망한 것인 줄 알면서도 시행착오(試行錯誤)를 되풀이 하고 있다. 허망한 것을 가지고 그 가진 것에 매여 하늘 뜻대로 살지 못한다.
계획에 매여 산다. 만물은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변한다. 계획을 세울 때의 조건상황은 계획을 시행할 때에는 이미 변해있는 데도 스스로 세운 계획에 매여 변화를 알아채지도 못하고 처음 계획을 고집한다. 허망한 것인 줄도 모르고 허망한 것을 약속해 놓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허망한 것이어서 이루어 질 리가 없는 줄 모르고 그것에 매여 고집 부린다.
가진 것 안 가진 것 온갖 것에 집착하여 그것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눈이 있어도 하늘 뜻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하늘 뜻을 듣지 못한다. 가진 생각을 놓지 못하고 가진 재물에 매이고 맺은 인연에 연연하고 이루어 놓은 학문을 붙들고 있어 순리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아는 것이 많아서 순리로 살지 못한다. 사람이 아는 것은 사는 동안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 밖에 없는데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하고 그것만 옳다고 생각한다. 천동설을 가지면 천동설에 매여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않고(知識에 매인다) 서양의학 이론을 배우면 동양의술을 인정하지 않는다. 알면 알수록 아는 것에 매이고 갇혀서 자기가 아는 것 너머의 무한한 하늘 뜻을 알지 못하여 그 하늘 뜻을 따르지 못한다.
마음에 때가 묻어 하늘 뜻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다. 때가 끼인 유리창으로는 바깥의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또 마음이 협소하여 가장 크고 넓고 높고 낮은 하늘 뜻을 몰라 순리로 살지 못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무한한 하늘을 볼 수 없듯이. 또 마음에 하늘 뜻 아닌 것들(재물, 가족, 사랑,지식…)을 가득 채워놓고 있어서 그것에 가리워 하늘 뜻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