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매여서 순리로 살지 못한다. 하늘 뜻이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조건이라면 궂은 일을 해야 하나 궂은 일을 피하고, 힘들여 몸을 써야 하는 조건이라면 몸을 써야 하는데 몸을 쓰지 않고 게으름 피우고, 몸이 고통스러워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몸을 편하게 하고 아끼기 위해 하늘 뜻을 따르지 않는다. 몸에 매여 몸을 위하고 몸이 원하는 대로 살아서 하늘 뜻을 따라 살지 못한다.
오만(傲慢)과 교만(驕慢)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 순리로 살지 못한다. 자연을 인간의 입맛에 맞게 개조(改造)하고 인간의 안락함이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죽이며 산다. 인간이 지혜(智慧)로와서 자연을 개조하고 자연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참 지혜가 아닌 그릇된 것임을 모른다. 만물만상(萬物萬象)이 있는 조건 속에서 나와서 만물만상과의 조화 속에서 사는 인간이 만물만상을 파괴하고 죽이고 산다. 만물만상이 있어 이 천지(天地)에 인간이 나와 살아있음을 모른다.
온갖 제도를 만들어 그것에 묶여 순리로 살지 못한다. 태어나 집안의 가풍(家風)이 있어 그것에 묶이고 예의범절(禮儀凡節)이 있어 그것에 묶여 산다. 온갖 사회 제도를 만들고 그 속에서 갇혀 살고 있고 사람이 만들어 놓은(하늘 뜻과는 다른 사람의 뜻으로 만들어 놓은)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 에 매이고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속에서 살고 있어 순리를 따르지 못한다.
‘나’를 가지고 있어 순리로 살지 못한다. ‘나’가 있어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하늘 뜻과는 다른 나의 생각을 가져 나의 생각으로 산다. ‘나’가 있어 ‘나’를 위해 산다. 하늘 뜻이 아닌 내 뜻으로 산다.
순리의 삶을 살려면 ‘나’가 없어야 한다. ‘나’가 있으면 하늘 뜻보다 ‘나’를 앞세우기 때문에 하늘 뜻을 따르지 못한다. ‘나’가 있으면 하늘 뜻과는 다른 ‘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 하늘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나’의 생각에 머물게 되어 순리의 흐름 따라 흐르지 못한다. ‘나’가 있으면 ‘나’가 살아온 삶을 가지고 그 삶에 매여 순리를 따르지 못한다. ‘나’가 있으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나’가 가진 생각 속에 갇혀서 하늘 뜻을 모른다. ‘나’가 있으면 지가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밖에 모르는 편협(偏狹)함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가장 크고 높고 넓고 낮은 무한한 하늘 뜻을 알 수가 업고 스스로 편협한 줄을 모르고 또 그릇되어 있음을 모른다. ‘나’가 있으면 무한한 하늘이 되지 못하여 하늘 뜻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 삶(順理의 삶)을 살 수가 없다. ‘나’의 생각을 가지고 ‘나’의 삶을 가진 ‘나’를 다 버려 ‘나’가 없어야 순리의 삶을 살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