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나 어디서나 또 부모형제자매, 친인척,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잘 한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잘 살았다고 내 세웠던 나는 누구인가? 아는 척, 모르는 척, 있는 척, 없는 척, 잘난 척, 못난 척, 온갖 척을 하고 살아놓고 잘 살았다고 하는 나는 누구인가?
가지를 꺾었던 나무에게도 재미 삼아 죽인 개미에게도 몹쓸 짓을 하고 함부로 짓밟고 다닌 땅에 대해서도, 만물만상에게 잘못한 줄 모르는 나는 누구인가?
그냥 있는 만물만상을 제멋대로 시비분별하고 만물만상을 죽이고 병들게 하고 파괴하고 변형시키면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나는 누구인가? 모두가 형제자매라고 하면서 서로 헐뜯고 욕하고 싸우고 짓밟으면서 살아온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 삶의 의의와 가치도 모르고 삶과 죽음도 모르면서 똑똑한 체하는 나는 누구인가?
태어나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밖에 모르면서 다 아는 것처럼 여기고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기만이 옳다고 내세우며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나는 누구인가?
남을 위하고 남을 배려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한다고 하면서 자기와 자기의 가족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온 나는 누구인가?
마음에 온갖 허상(虛像)을 담고 있는 줄도 모르고 꿈 속에 있으면서도 꿈 속에 있는 줄 모르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깨어있지 못해 죽어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줄 모르는 나는 누구인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고 좁은 자기 마음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갇혀있는 줄 모르는 나는 누구인가?
성현(聖賢)들이 일러준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나’ 하며 좁아빠진 자기편의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나는 누구인가?
창조주가 창조한 참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참 세상을 모르고 참 세상 속에서 살지 못하고 마음 속에 창조주의 세상과는 다른 ‘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창조주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가진 것이 창조주에 대한 가장 큰 잘못(죄)인 줄 모르는 나는 누구인가? 창조주의 마음과는 다른 ‘나의 마음’을 가진 것이 잘못인 줄 모르는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