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기에 경전은 어렵다. 왜 어려울까?
경전에서 말하는 것은 진리이다. 그런데 사람마음에는 진리가 없다. 진리가 없으니 진리를 보고 들을 수가 없다. 내 마음에 영어가 들어있지 않으면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듯이.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의 관념과는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관념으로는 들어도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사람의 관념으로 경전을 보고 들어서 잘못 알아왔기 때문에 더 어렵다.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물질세상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물질세상에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온몸의 촉감으로 느껴서 아는데 경전에서 이야기 하는 세상은 오감(五感)으로 인식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사람으로서는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 수가 없다.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죄업(罪業)이 없는 세상이다. 사람은 죄업을 가지고 있어 그 세상을 모른다. 죄업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어 그 세상을 알 수가 없다.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일체 가짐이 없는 세상, 자기 것이 없는 세상이다. 온갖 것을 다 가지려 하고 가진 것을 지키며 가짐으로 사는 사람이 가짐이 없는 세상을 알 도리가 없다.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일체를 떠난 세상이다. 일체를 벗어난 세상이다. 수많은 것을 가지고 그것에 매여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그 세상을 알 수가 없다. 스스로 자기 속에 갇혀 있는 사람이 자기를 다 벗어난 세상을 알 수가 없다.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자기가 없는 세상이다. ‘나’가 없어 일체가 하나인 세상이다. ‘나’를 가지고 있어 일체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그 세상을 알 수가 없다.
사람이 보기에 경전은 어렵다 쉽다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경전을 아예 알 수가 없다. 알려고 애쓴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경전을 알 수가 없다. 사람의 죄업이 가리고 있어서다. ‘나’를 가지고 있어서다. 죄업을 다 닦고 ‘나’를 다 벗어나야 알 수 있는 것이 경전이다. 나를 다 벗어나면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만 남아 그 세상 자체로 거듭나면 세상 자체이어서 그냥 다 안다. 아는 것이 있어서 아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안다. 그 자체인데 모를 것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