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聖賢)이 말씀하시기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하였다. 하느님만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태어나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 모두를 담아두었다. 어린 시절 고향 산천과 동네 친구, 동네 어른도 담아놓고 학창시절 학교 친구, 선생님, 학교 건물, 교실, 문방구점, 놀러 갔던 친구 집도 담아놓았다. 부모형제자매, 친인척도 담아놓고 여행 다닌 곳도 담아놓았다. 살면서 겪었던 온갖 사연 – 기쁜 사연과 슬픈 사연, 행복한 사연과 불행한 사연, 크고 작은 삶의 애환을 모두 담아놓았다. 지식, 이념, 신념, 명예, 권세도 담아놓고 희망과 장래의 계획도 담아놓았다. 돈, 땅, 자동차, 보석, 아끼는 물건도 담아놓았다. 사랑과 미움, 슬픔과 기쁨, 우월감과 열등감, 자신감과 위축감, 충만감과 부족감, 서러움과 한, 자존심 … 온갖 마음 다 담아놓았다(마음이 부유하다).
사람들은 담아놓은 것에 마음 쓰고 산다. 어린 시절 고향생각에 아련한 향수에 젖기도 하고, 들에서 메뚜기 잡고 도랑에서 가재 잡으며 뛰놀던 동네 친구들을 생각하고 슬며시 미소 짓기도 한다. 첫사랑의 추억에 포근하게 젖어 들기도 하고 친구의 배신이 떠올라 분노하기도 한다. 지난날 한스러웠던 일에 한숨짓고 장래의 장미 빛 꿈에 부풀어 뜬눈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고대하던 일이 이루어 지리라는 기대에 마음 설레기도 하고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맥을 놓고 낙담하기도 한다. 멀리 떠나 보낸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고 이미 세상 떠난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세상사(世上事) 잘 해보려고 노심초사하고 하는 일이 풀리지 않아 가슴 졸이기도 한다. 이념을 위해 투쟁도 하고 신념을 지키려고 목숨도 건다. 재물을 가지려고 온갖 욕심부리고, 얻은 재물 지키고, 가진 재물 더 불리려고 온갖 궁리 다한다. 살면서 담아놓은 수만 가지 마음들이 끊임없이 솟아올라 마음의 노예 되어 끌려 다니며 산다.
사람은 마음에 ‘하느님 아닌 것들’, ‘하나님보다 더 마음 빼앗는 것들’을 너무 많이 담고 있어 하느님이 자리할 곳이 없고 또 뜬금없이 하느님 아닌 것들에 마음이 팔려 도저히 하느님만을 사랑할 수가 없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마음과 뜻을 다 할 수가 없다. 하느님만을 사랑하려면 마음에 하느님만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 아닌 것이 마음에 없기 때문에 하느님 아닌 다른 것에 마음 둘 일이 없다. 하느님 아닌 것들을 다 비워내고 자기마저 하느님에게 다 바쳐지면 내 안에도 계시는 아니 계신 곳 없으신 하느님만 남는다. 이렇게 되어야 마음을 다하여 목숨을 다하여 뜻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하고자 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하느님만 있어서 사랑 그 자체이다. 하느님 아닌 것으로 가득 찬 ‘부유한 마음’을 다 비워 하느님만 계시는 ‘가난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