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나무 위 둥지에 있던 새끼 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다시 둥지 위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한나절을 보내고 나니 기진맥진하여 깜박 졸고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나무꾼이 새끼 새를 발견하고는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나무꾼은 싸리 가지를 엮어서 예쁜 새장을 만들었습니다. 새장 안에 솜을 깔아 잠자리를 만들고 조개 껍질로 모이통도 만들었습니다. 때맞춰 벌레도 잡아서 먹여주고 목을 축이도록 물도 주었습니다. 새끼 새는 금새 원기를 회복하고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 되어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무꾼은 가끔 동네 사람을 집으로 불러서 새를 자랑하였습니다. 그 때마다 새는 목청껏 노래를 불렀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새 소리를 듣고 ‘어떻게 새를 구했느냐’고 하며 나무꾼을 부러워할 때마다 새는 의기양양해 했습니다. 그리고 나무꾼이 좁쌀을 한 주먹 줄 때면 배불리 먹고 하루 종일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무꾼이 만들어준 새장은 튼튼하여 한 번은 도둑고양이가 와서 새를 잡으려 애를 쓰다가 포기하고 돌아간 일도 있었습니다. 비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날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날에도 새는 나무꾼의 사랑채 창가에 걸어놓은 새장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새는 새장 속에서 이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새라고 여겼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이 맛있는 좁쌀을 한웅큼 조개 그릇에 담아놓고 난 뒤에 깜박 잊고 새장 문을 닫아 걸지 않고 나무하러 집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새는 평소에 바깥 세상을 궁금해 하던 터에 한번 나가보기로 마음먹고 새장을 빠져 나와서 힘껏 날개를 퍼덕였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후로 한 번도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는 새는 몇 번 날개를 퍼덕이다가 그만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마당에 있는 나뭇가지에 날아가 앉으려고 몇 번이나 날갯짓을 해 보았지만 얼마 날지를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계속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만 거듭할 뿐이었습니다. 지치고 허기진 새는 그만 마당 한구석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무꾼이 산에서 돌아와 새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새가 갈만한 곳을 이곳 저곳 찾아 다니다가 마당 한 귀퉁이에 쓰러져 있는 새를 발견하고는 새를 우리에 넣고 좁쌀과 물을 주어 겨우 살아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부터 새장 속의 새는 새장 떠날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산과 들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벌레도 잡고 이 나무 저 나무에서 쉬면서 노래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새가 우리에 갇힌 새에게 날아와서 답답하지 않느냐고 하여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시의 집들과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과 자동차, 하늘 높이 나는 비행기,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하며 숲 속의 토끼와 노루, 너구리 … 온갖 것들을 이야기해 주어도 새장 속의 새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새장을 벗어나면 나는 살 수가 없어. 나에게는 새장 속이 천국이야, 바깥세상은 지옥이야 하고 되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