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에서 첫째인 사람은 어떠한 사람일까? 많이 가진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잘난 사람이다. 잘하는 사람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큰 꿈을 가진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이다. 남한테 지고서는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다. 남달리 잘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의욕이 강한 사람이다. 요령이 좋은 사람이다. 뜻을 한 번 세우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내는 사람이다. 끈기와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부지런한 사람이다. 술수에 능한 사람이다. 성공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부자가 된 사람이다. 마음이 부자고 재산이 많고 하는 일이 부자고(훌륭한 일을 하고) 자부심이 강하고 학식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 받는 사람이다. 출세하여 명예와 권세를 가진 사람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좋은 직업(직장)을 가진 사람이다. 좋은 친구를 가진 사람이다. 좋은 부모 만나서 부자의 대를 이은 사람이다. 이러한 일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다.
이세상에서 꼴찌는 어떠한 사람인가? 적게 가진 사람이다.
마음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어린이와 같이 천진난만하여 남을 잘 믿다가 낭패 보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가진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부모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고 배우자 복도 없는 사람이다. 배움도 부족하여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늘 보잘것없는 자리에서 보잘것없는 일을 하고 짓눌려 사는 삶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 못난 사람임을 알고 겸손하고 포기하고 체념하고 양보하고 사는 사람이다.
저 세상은 일체의 가짐이 없는 세상이다. 일체 내 것이 없는 세상이다. 이세상에서 살아온 ‘나’가 없는 세상이다. 이세상에서 꼴찌라 하더라도 내 것이라고 가진 것이 단 하나라도 있으면 저 세상에 갈(날) 수가 없다. 어느 한 구석에라도 ‘나’가 남아있으면 결코 날(갈) 수 없는 세상이 저 세상이다. 그래서 성현들은 가진 것을 버리는 삶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이세상에서 첫째인 사람은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고 꼴찌인 사람은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이다. 그런데 가진 것을 버리기는 참 어렵다. 그러므로 이세상에서 가진 것이 많을수록 저 세상 나기가 어렵다. 이세상에 가진 것이 많은 첫째인 사람은 가진 것이 적은 꼴찌보다 저 세상에 나는 것이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