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중에 큰 호수가 있습니다. 호수의 남쪽은 훤히 트인데다 동쪽과 서쪽은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북쪽은 천길 만길 낭떠러지 위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리며 호수에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햇빛이 비치는 낮 동안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폭포 허리에 걸쳐있어 웅장한 폭포에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폭포를 지나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오르다 보면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아늑한 곳에 아담한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에는 물고기와 물벌레들이 무성한 물풀 숲을 헤집고 다니며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연못 물이 줄어들어 굶어 죽기도 하고 홍수로 물살에 떠내려가는 일도 있지만 불행한 일도 잠깐이고 연못 식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먹이를 찾아 다니며 평화롭게 지냅니다. 연못 가족들은 연못만 알고 살았습니다. 연못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여 연못을 떠날 생각은 꿈에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 연못에는 어미자라와 세끼자라 세 마리도 살고 있었는데 아비자라는 연못 삶이 지겹다고 물길을 따라 연못 아래쪽으로 내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그 일이 있고부터는 연못 아래쪽으로 가면 죽는 줄 알고 어미자라는 새끼자라가 연못 아래쪽으로는 절대로 가지 말도록 단속하였습니다. 새끼 자라들은 어미자라가 시키는 대로 연못 아래쪽은 쳐다보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새끼자라들이 건장하게 자랐습니다. 독립의 의지가 강해지고 호기심과 모험심도 커졌습니다. 도대체 연못 아래쪽은 어떠한 곳이길래 어미가 그토록 가지 못하게 하는지 궁금하였고 연못에만 사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딘가 연못과는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 새끼 자라 중 맏형은 연못 아래쪽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갑자기 불어난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연못 아래쪽으로 떠내려 가는 연못식구들의 아우성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다들 세찬 물살에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하여 물풀을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자라 어미도 새끼들과 함께 물살에 떠내려 가지 않도록 서로 꼭 껴안은 채 물풀을 움켜쥐고 버티었습니다. 좁은 연못을 답답해 하던 자라 맏형은 기회는 이 때다 하며 어미와 동생의 손을 놓고 물살에 몸을 내맡겼습니다. 어미는 깜짝 놀라며 팔을 뻗어 떠내려가는 맏형의 한쪽 팔을 낚아챘습니다. 그 바람에 맏형의 어깨가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미는 맏형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맏형의 팔을 붙들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맏형의 팔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맏형은 한참을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다가 폭포 아래 호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려보니 폭우가 쏟아지고는 있었지만 물 표면에 파도가 일렁일 뿐 물 속은 평온하였습니다. 그곳은 한참을 헤엄쳐도 끝을 알 수없이 넓고 깊었습니다. 먹을 것도 다양하고 풍부하였습니다. 한 쪽 팔 병신이 되었지만 얼마 후 실종되었던 아비와 연못식구를 만나 그들과 함께 넓은 호수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