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진짜와 진짜를 모방한 가짜가 있다. 가짜는 진짜와 비슷하지만 진짜와 다르다.
가짜만 보아서는 그것이 가짜인 줄을 모른다. 가짜를 식별해 내려면 먼저 가짜가 모방한 진짜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야 한다. 가짜가 모방한 진짜가 있다면 진짜를 구해서 가짜와 비교해 보면 가짜임이 드러날 것이다. 또 진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가짜를 보면 바로 가짜라는 것을 알아본다. 진짜를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제대로 알지를 못하고 어설프게 알아서는 가짜를 제대로 식별해낼 수가 없다.
진짜는 그냥 진짜이다. 진짜는 완전하여 결함이 없다. 그러므로 진짜라고 내세울 필요가 없다. 진짜는 가만히 있어도 진짜이다. 그러나 가짜는 가짜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진짜라고 내세운다. 가짜이기 때문에 말이 많고 시끄럽다. 가짜는 결함이 있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것을 숨기려 하고 아무런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는 것을 강변하고 내세운다. 그러나 아무리 가짜가 진짜인 척해도 진짜를 아는 사람은 그것이 가짜임을 안다.
진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가짜는 오래지 않아 변한다. 진짜는 진짜를 만드는 곳에서만 만들지만 가짜는 여기저기서 만든다. 진짜를 만드는 곳에서는 가짜를 만들지 못하고 가짜를 만드는 곳에서는 진짜를 만들지 못한다. 진짜는 하나이지만 가짜는 다양하다.
나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알려면 먼저 내가 완전한지 불완전한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나는 아무리 보아도 결함투성이의 불완전한 존재이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는 가짜임이 분명하다. 한결같지 못하고 변덕스럽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며 희로애락이 교차한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는다. 그 죽음이 두려워서 죽지 않는 영원한 존재를 갈망한다. 그러면 진짜는 어떠한 존재일까? 완전한 존재가 진짜이다. 완전한 존재는 영원불멸의 존재이다. 영원불멸하기 때문에 변함이 없고 죽음이 없다.
사람은 가짜이기 때문에 진짜인 존재를 알 수가 없다. 가짜와 진짜는 존재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짜인 존재가 나타나도 알아보지를 못한다. 또 진짜인 존재가 진짜를 말하여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진짜가 보기에 가짜는 없는 것이고 이 세상에 있는 것은 진짜만이 있다. 사람은 진짜의 세상에 있지를 못하고 가짜인 세상에 산다. 있는 세상에서 살지를 못하고 없는 세상에 산다. 허상인 세상에서 허상이 산다. 꿈을 꾸듯이. 꿈에도 삶을 살고 사연사연 희로애락이 있지만 꿈을 깨고 보면 모두 없는 것이다. 꿈 속의 세상도, 살았던 삶의 사연도, 살았던 나도, 더불어 같이 살았던 인연도 꿈을 깨고 보면 모두 다 없는 것이다. 모두가 허상이다. 가짜인 내가 사는 삶이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