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다이야몬드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돈으로 부쉬맨들은 무엇보다 먼저 신전을 새로 지었다. 신전 건축의 세계적인 권위자에게 의뢰하여 신전을 설계하고 세계 각국에서 온 뛰어난 건축가들이 온 지구를 뒤져 진귀한 석재를 들여오고 무공해의 첨단 소재를 동원하여 최고수준의 첨단 공법으로 시공하였다. 설계하는 날부터 신전을 다 짓는 데 백 년이 더 걸렸다. 이렇게 하여 지은 신전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크고 아름다웠다. 신전이 준공되는 날 세계 각국의 종교지도자들이 초대되었고 외교사절들도 앞다투어 축하해 주었다.
젊은 전사가 신앙을 전파한 이래로 신앙의 불꽃이 활활 타올라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있던 부쉬맨의 의식이 깨어남에 따라 꼭꼭 닫아 걸었던 마을의 문호를 활짝 열어 문명세계의 문물을 받아들였다. 마을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고 미신과 미개한 풍습도 과감히 버렸다. 부쉬맨 마을에 새로운 정신세계와 물질문명이 서서히 싹을 틔워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해야 할 가장 급한 일이 먼저 문호를 개방한 다섯 마을을 따라 잡고 나아가서는 문명세계의 앞서가는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잘 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였고 열심히 기도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제도가 선진화되자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낙원인 부쉬맨 마을로 몰려들었다.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돈만으로도 부쉬맨 마을은 부유해졌다. 그 후 유전과 다이야몬드 광산이 개발되고부터는 부쉬맨 마을을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전념하였고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되자 먼 훗날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고도 여유가 있어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을 돕는 데에도 앞장섰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젊은 전사가 전파한 신앙의 영향이 지대하였다. 경전의 가르침은 성실과 근검절약과 노동의 신성함을 가르쳤고 마을 사람 모두가 한 가족이 되어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 돕고 살게 하였다. 그리고 경전의 가르침을 따라 살면 죽어서도 영원한 세상에 나서 산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다. 어려움에 부닥치면 신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실패하면 신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고 구하는 것을 얻으면 신에게 감사의 의식을 바치고 신을 찬양하였다.
마을에 신앙을 전한 부쉬맨 전사는 성인으로 받들어져 신전 앞 광장 한 가운데 그의 대리석상이 자리한 지도 삼천여 년이 지났다. 대리석상은 비바람이 휘몰아치며 대지를 휩쓸어도, 천둥이 하늘을 울리고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벼락이 땅으로 내려 꽂혀도 의연하게 신전을 지키고 있었다. 깊고 그윽한 대리석상의 눈은 부쉬맨 마을의 번영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고 없는 듯 머금은 온화한 미소는 부쉬맨의 멍울진 마음과 한(恨)을 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