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예술칼럼

최지혜의 예술칼럼 (15) 짓밟히는 꿈들이여!

by eknews posted Mar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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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히는 꿈들이여!


어느 젊은 미술학도에 대한 슬픈 뉴스가 보도되었다.

2013 11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 연구사 공개 채용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던 남성 후보자 J(36) 2014 9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14 10,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레 사퇴한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 관장의 비리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은폐되었다가, 이번달 새로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인선을 앞두고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다.


공개 채용공고를 냈음에도 이미 합격자는 내정되어 있었고 J씨를 포함한 꿈을 꾸었던 모든 면접자들은 보기좋게 탈락했다. 이 사건이 그의 죽음의 유일한 이유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관계의 잘못된 정립에 따른 학벌, 지연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병폐가 미술계에서도 희망을 앗아가는 현상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하나의 인드라망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해하기는 커녕 서로를 배척하는 왜곡된 구조사회의 병폐는 개인사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공존하는 지역 사회와 다른 지역 사회의 강한 배척과 갈등, 시대와 시대의 거부와 유기, 종교의 갈등 등 수많은 직접 간접의  파괴행위가 사람들을 황폐화시키고 있다최근 고대문명의 발생지에서 발생한 인류문화사의 비극적 사건도 이같은 사례다. 시대와 시대의 갈등, 다른 종교 신념의 폭력성으로 안타깝게도 고대인들의 꿈과 흔적이 사라져버렸다


10일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모술 소재 니네바 박물관에서 석상과 조각품을 깨부수고, 야외에 있는 거대한 석상을 전동 드릴로 훼손하는 장면이 전세계에 보도되어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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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의 문화재 파괴 동영상의 한 장면



또 모술 도서관에 소장된 18세기 필사본, 19세기에 이라크 최초의 인쇄소에서 찍어낸 고대 시리아어 서적, 오스만 제국 시대의 서적을 포함한 고문서 8천여점과 심지어 아스트로라베(고대 천문관측기)와 고대 아랍인들의 모래시계와 같은 유물들도 소각됐다.  


일주일만에 다시 '이슬람국가'(IS)는 군용 대형차량 등을 동원해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Nimrud) 유적마저 파괴하기 시작했다.한 이라크 정부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적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규모조차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잔인한 현실의 벽과 잘못된 사고와 편견이 만들어낸 사회 부조리가 미시적으로는 한 미술학도의 꿈을, 거시적으로는 아시리아 고대인들의 꿈을 앗아갔다. 이런 끔찍한 일은 사실상 처음있는 일도, 놀라운 일도 아니다. 마치 신화속 시지푸스가 끊임없이 언덕위로 바위를 굴려야만 하는 형벌을 받듯, 우리는 꿈이 짖밟히면서도 꿈을 꾸는 부조리를 수차례 겪어왔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선두에 섰던 카뮈가 구분한 두가지 형태의 자살, 즉 자신의 삶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자살하는 경우와, 삶의 이유를 제공하는 가치들을 위해서 자살하는 경우의 두 형태 모두의 자살을 계속 행하고 있는 것이다

2003,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약탈한 문화재만 모두 15000여점에 이르며, "기원전 3200년경의 유품을 비롯해 기원전 2300년 경의 청동조각, 사자상 등이 분실되거나 파괴"되었고 "기원전 800년 경의 조각품들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이라크 국립박물관장 도니 조지 박사는 말했다. 심지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 공중정원'의 자리에 미군사 기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더욱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기원전 213, 진시황제 34에 일어난 분서갱유가 그 하나이다. 책을 불지르고 유자(儒者)들을 묻었던 이 사건 후, 유실된 경전때문에 유학자들간의 2,000년간 논쟁이 일어났었다.


이러한 갈등의 배후에는 오만한 자신감으로 자국문화의 우월성과 역사관의 오류로부터 시작된다.일본의 우리나라 문화재 파괴 및 약탈도 마찬가지 사건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국권을 침탈하기 전, 19세기 말부터 훼손을 시작했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본격적으로 파괴했다우선 숭례문(崇禮門, 국보 1) 담장을 부셨다. 조선의 상징적인 문화재를 훼손함으로써, 한국인의 자존심을 망가뜨리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특히, 경복궁 등 궁궐 내 전각들을 뜯어 내 일본으로 무단 반출하는 행위도 스스럼없이 감행했다.


1933 1, 독일의 히틀러는 권력이 더욱 상승하자, 타락(degeneracy) 문화의 소거라는 명목아래, 나치당원이 아닌 예술가, 음악가들의 교수직을 모두 박탈했다. 그리고 피카소,  달리, 미로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퇴폐한 예술(Degenerate art) 이라는 이유로 불태우거나 파괴했다.  


히틀러는 스스로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그리고 지적으로 새로운 현대적임의 수행자임을 자처했지만, 21세기 오늘날, 퇴폐한 예술(Degenerate art) 대한 평가는 그렇지 않다. 단지 분적으로는 나치의 미의식을 반영한 것이만, 사실 가치있는 예술품들의 몰수이자, 나치정권의 부를 축적하기위한 계획적인 방법이었다라고 평가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의 경험을 한정시키는 감각 능력을 형성시키고, 우리의 감각은 시공의 장에 갇혀, 결국 우리의 마음은 생각의 범주라는 틀에 갇히고 만다. 이렇게 틀에 박힌 한 집단과 개인의 절제와 통제를 잃은 욕심과 편견이 수많은 꿈을 짖밟아 왔다. 그 사건 현장들은 비현실적일만큼 잔혹하고 처참하기까지 하다. 이런 반복되는 끔찍한 역사적 사건속에서 좌절감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희망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꿈과 좌절에 대한 드라마 <미생>에서 짖밟혀도 끝까지 꺼지지 않는 빛을 엿보았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꿈은 끝까지 포기되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철학자 라보에티는 “자유와 복종 사이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예 처지를 선택한다. 사람들은 자유를 열망하지만 자유 획득을 위해 싸우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열한 현실은 우리에게 자유를 꿈 꿀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싸우기는 커녕,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절망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자유와 꿈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생의 주인공은 답답할 정도로 그저 현실적 고통과 폭력을 잘 참는다. 이것이 우리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를 툭 건드린다. 욕망과 고통을 해탈한 마음의 심리적 상태가 되는 것이다. 어둡고 위험한 길을 통과해야만 마침내 목적지로 향하는 넓은 길을 발견할 있다.


슬픈 운명에 처한 시지푸스의 시선 속에서 카뮈는 오히려 부조리의 역설을 읽어냈다. , 그 부조리가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의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형이상학적 가치의 허구성을 자각하고 삶과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자는 것이다.


987 최지혜 미생.jpg


아직은 모호하고 완전하지 않은 상태의 미생, 그 미미한 하나 하나의 미생들의 움직임이 완생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기에, 꿈이 아무리 반복적으로 짖밟혀도, 미생같은 우리들은 완생같은 역사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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