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orm
extra_vars1 |
||||||||||||||||||||| |
extra_vars2 |
|||||||||||||||||||||checked|||||||||||||||||||||||||||||||||||||||||||||||||||||||||||| |
프랑스 프로방스지방은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지역으로 언제나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프랑스인들의 평화로운 휴식처와 같다. 프로방스 지방은 프랑스 남동부의 부슈뒤론, 보클뤼즈, 알프드오트프로방스, 바르 주들을 포함하며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예술,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곳에 있는 아를(Arles)은 인구 약 5만 50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 남부에 흐르는 론강 하류에 위치해 있으며, A. 도데의 희곡 <아를의 여인>, G. 비제의 가곡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시가지를 걷다 보면 고대의 성벽 자리를 나타내는 고리 모양의 도로가 나 있고, 구시가지 안에 위치한 집들의 벽에 박힌 돌들은 자연스레 드리워진 어두우면서 깊은 색채를 내뿜고, 그것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 건물이 거기에 서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로마시대에는 바다로 통하는 석호(潟湖)에 면하고 있는 아를의 지리학적 특성 때문에 운하로 해안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론 강과 지중해를 항행하는 선박들이 이곳에서 화물을 바꿔 싣기도 하였다. 육상교통 또한 프로방스지방의 중심지가 되어 5세기 전후에는 오리엔트, 아프리카 등지에서 다양한 물건들이 모여들고 이것들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과거 로마제국의 일부였으며 그 흔적은 거리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로마의 원형극장, 목욕탕, 수도(水道), 지하묘지, 그리고 생트로핌 성당이 그 예이다. 원형경기장은 구 시가지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2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로 고대의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면 그 크기는 놀랄만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투기장으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투우경기를 정기적으로 펼치기도 한다.
이렇게 역사가 숨쉬는 아를의 분위기는 여행객들로 하여금 과거로의 산책을 떠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로마시대의 숨소리를 듣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를이라는 마을이 가지는 큰 아름다움은 화가 반 고흐가 그 마을에 머물면서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는 것이다. 반 고흐는 자살하기 몇 년 전까지 아를에서 살았었다. 그때에도 정신병이 심해 정신병원에 입원한 시간이 많았으며, 지금도 건물이 그대로 있는 그의 꼭대기 층의 방은 어떻게 보면 잠시 머물다 가는 휴식처와 같은 것이었을 거다. 아를 역에 내려 중심가로 걷다 보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길바닥에 박혀 있는 금색의 작은 원형 표시 판들을 발견 할 것이다. 그것은 반 고흐가 아를에 머물면서 주로 다녔던 경로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 길을 따라가다가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아니면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기기도 했을 것이다. 아직도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론 강을 따라 흐르는 그 경로들이다. 론 강에 흐르는 물의 속도를 그리 빠르지 않다. 그리고 강을 끼고 양쪽 육지간의 거리도 그렇게 길지 않다. 그래서 그 강은 빠질 것과 같은 무서움이나 너무 거대해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어려움 따위는 없다. 강물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나와 같이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강가 옆의 길은 큰 도로가 아니라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차들도 거의 없다. 그야말로 평화를 얻기에는 안성맞춤인 길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머리 속에 꽉 매운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들을 치유하였을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천천히 살펴본다. 마치 반 고흐가 그랬을 법하게 말이다. 혹시나 너무 자기 생각에 빠져 반 고흐를 따라가야 하는 길을 놓칠 수도 있으니 가끔씩 바닥을 내려다보며 원형 표시판을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예술가가 그렇게 일반사람들과 다른 것이 아니다. 길을 걷다 사소하게 느낀 작은 감정에도 예민할 줄 알고, 그 작은 것 하나 때문에 웃거나 웃을 수 있는 추억이나 생각들을 스스로 찾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일반인이 놓칠 수 있는 ‘예술가스러운’ 자세일 것이다.
그렇게 반 고흐를 따라가는 여정을 끝냈다면 구시가지 안에 있는 까페에 들러보자. 많은 까페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고흐의 그림 <밤의 까페 테라스>의 배경이었던 그 곳을 간다.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과 까페 주인이 지금 이 세상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똑같다. 고흐가 앉아서 그림을 그렸을 그 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가 그린 그림에는 왼쪽으로 까페가 있고, 테라스가 그 앞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는 오른쪽에 위치한다. 그의 그림 중앙이 위치한 그 테라스에 직접 앉아 차를 마시면서 고흐가 ‘내’쪽으로 바라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상상해본다.
“저녁마다 밖에서 까페를 본다. 사람들은 테라스에 앉아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커다랗고 노란등이 테라스와 건물 앞면과 인도를 밝게 비추고, 보랏빛으로 물든 거리를 비춘다.
별이 빛나는 푸른 하늘 아래 뻗어있는 도로를 향해 나 있는 집들은 어두운 파랑이거나 보라색이다. 집 앞에는 초록의 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거기에는 오직 아름다운 파랑과 보라, 초록빛이 있을 뿐, 검정색을 쓰지 않은 밤 풍경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이 켜진 까페는 창백한 유황색과 레몬빛을 띤다.”
- 빈센트 반 고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