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이면 찾아오는 정치권의 위기설, 올해도 예외 아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및 박원수 서울시장 등과 함께 야권 내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5일 무상급식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복지논쟁에 대해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어떻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지 (고민하고) 자립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기본적 부분도 안 돼 있다"며 "그런데 지금은 (복지) 논의가 무상급식 어떻게 하나 이러고 있어서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복지라는 게 내실화가 덜 됐다는 게 문제다. 이것의 원인은 정치의 실패"라며 "너무 시혜(施惠)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너무 20세기 낡은 관점으로 얘기한다. 무상이냐, 아니냐는 냉전시대 용어"라며 "시혜적으로 마구 아이템을 늘리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분배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보수진영의 낡은 프레임이고, 성장은 가진 자를 배불린다고 하는 것도 진보의 프레임"이라며 "성장과 분배, 복지와 성장을 이분법적으로 보면 안 된다. 동서냉전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꽃피고 날씨 포근하기가 그지없는 4월이면 한국인들은 산으로 들로 온통 산천 구경에 정신을 놓지만, 정치권에는 어김없는 위기설을 맞게 된다.
올 4월에는 예년보다 더많은 난제들이 쌓여 있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 3년차에 들어간 가운데 오는 4월 각종 정치 현안이 맞물리며 정부·여당의 위기감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단골 이슈가 되어온 노동시장 개혁에 반발하는 노동계의 춘투에 이어 제시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이했지만 해결된 것이 전무해 유족들의 항의, 크지는 않지만 4월 29일 재·보궐 선거, 자원외교 국조 등 정치·사회적 이슈 등등 많은 이슈들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최소한 한 달동안은 정국이 혼란에 휩쓸릴 것으로 우려된다.
청와대 등 여권에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이런 일정들이 노동계의 대규모 춘투와 맞물리면서 4월이 정치투쟁 국면으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에 반발해 4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3월 28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활동시한이 종료되면서 여야 정치권은 대타협기구의 활동성과를 받아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 3월말 현재 합의된 법안이나 대책을 마련치 못했다.
원래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난해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로 한 발 물러섰지만 정치권의 일정상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치 못하면 6월에나 개최될 예정인 임시 국회까지 기다려야해 자칫 상반기를 허송세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역시 3월말로 시한을 못받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 기구인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도 청와대와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대승적 결단’을 강조하는 등 대타협안 도출을 강조했다.
국무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경제 활성화도,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해온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5일 “노동시장 개혁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라면서 “현재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고 있는데, 3월 말까지 좋은 합의안을 만들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월12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4월 총파업’을 포함한 2015년 사업계획을 만장일치로 확정한 바 있다. 총파업이 민주노총의 사업계획으로 확정된 것은 2012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4월 중에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강력한 연가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교조의 연가투쟁 계획은 9년 만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태풍의 눈이 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도 가세했다. 전공노는 오는 3월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연금개혁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이어 4월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조합원 10만 명이 참여하는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세번째 주요 이슈로는 4월 16일에 맞는 세월호 참사 1년이다. 실종자 수색은 어렵사리 종료됐지만 진상 규명이나 보상·배상, 세월호 인양 등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세월호 인양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 및 조직 축소 논란, 보상·배상 지연 등으로 인해 정부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여권 관계자들조차 “세월호 유가족들의 분위기가 1년 전 참사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우려할 정도다.
여권은 세월호 인양 약속과 인양계획 발표, 조속한 보상 약속과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처럼 반정부·진보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우려하면서 청와대도 세월호 참사 1년에 특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관련 특조위 역할과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의 하부조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강하다며, 시행령안의 철회와 대통령 및 여야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특조위 차원의 활동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31일 모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정부 시행령안을 보면 (진상규명)의지가 없다, 그리고 오히려 특위를 통해서 정부가 그동안 해온 조사 내용이라든가 여러 정책들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 그렇게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생각보다 이른 해수부 측의 시행령 발표에 대해 “결국 해수부 위에 뭔가 다른 게 있는 아니냐,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위선 개입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4. 29 재·보궐 선거는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지난해 7·30 재보선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정국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다행히도 야권이 분열되고 있어 여권에 어부지리까지 등장하면서 유리하게 판세가 돌아가고 있지만 그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진동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박근혜 독재와 독선에 맞서 "다시 민주주의!' 슬로건을 내걸고 함세웅 신부와 김상근 목사 등 민주화운동 원로들이 주축이 되어 출범하는 민주주의국민행동(민주행동)이 24일 발기인 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청와대와 여권에 위기감을 더했다.
이날 민주행동 상임대표로 선출된 함세웅 상임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독재와 무능이 한국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있다”며 "87년 체제를 넘어 남북의 화해와 민주,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범민주, 진보세력의 초당파적 참여를 통해 제2의 민주화운동을 일으켜 친일과 독재 잔당의 청산, 국가권력 구조의 민주적 재편을 이루어내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발기선언문을 통해 "해방 70주년이 되는 2015년 3월 현재 조국과 민족의 현실은 참담하다"며 “관권부정선거와 군사작전권 포기, 복지공약 파기는 탄핵 대상”이라며 “박근혜정권은 국민의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관권부정선거 진상규명 요구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고 내란음모 정치공작을 감행하는가 하면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특별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라고 질타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2년 동안 추천한 공직후보자의 상당수는 범죄자로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이것만 봐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과 인적 자원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최근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포스코건설에 대한 각종 의혹에서 MB 정부의 인사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칼날이 전 정부의 핵심 실세에게 겨눠질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어 여당 내부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제55주년 3·15의거 기념식에서 “3·15 정신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주주의의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부정부패를 철저히 근절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부실 투자 등은 어려운 국가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해 MB 정부의 자원외교를 부패의 한 축으로 간주했다.
자원외교 국정조사에서 야당이 공세의 강도를 높일 경우 부정부패와의 전쟁과 맞물려 자칫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친이·친박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 정부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MB 정부를 도마 위에 올린다고 친이계가 집단 반발할 경우 여권 내부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와같은 ‘4월 각종 현안들에 대한 위기설’이 자칫 극심한 여야 간의 대립과 함께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갈등으로 정국이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치권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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