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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 테헤란'(Taxi Téhéran) - 자파 파나히(Jafar Panahi)감독

by eknews10 posted Apr 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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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테헤란Taxi Téhéran » 자파 파나히Jafar Panahi
프랑스 개봉2015년 4월 15일




Taxi Téhéran.jpg

-영화란, 영화 만들기란 무엇인가 ?-

테헤란, 감독 자파 파나히는 일일 택시운전사가 된다.  택시 요금 미터기에는 작은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첫 승객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합승을 한다. 선생님인 여자는 비인간적인 범죄자 처우에 대해 비판하고 남자는 그녀를 비웃기만 한다. 다음은 해적판 영화CD상인. 파나히 감독을 알아 본 그는 조금은 뻔뻔스럽게 친화력을 발휘하며 감독에게 다가오고 목적지로 가던 중 이들은 사고를 당한 부부를 태우게 된다. 사경을 헤매는 남편은 부인에게 재산 양도 유언을 하고 응급실에 도착한 부인은 남편의 상태보다는 택시 안 카메라에 담긴 남편의 유언내용을 전해 받길 원한다. 다음 행선지는  CD불법 매매 장소. 파나이 감독을 보고 괜한 믿음이 생긴 영화과 학생은 다량의 CD를 구입하고 이를 본 밀매상은 감독에게 동업을 제안하는데... 

« 택시, 테헤란 »은 감독 자신이 택시를 몰고 테헤란 거리를 누비면서 만난 차에 오르는 일군의 승객들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영화다. 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속에서 오늘날 이란의 모습을 재현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부조리한 이란사회를 풍자와 해학을 통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파나히 감독의 영화정신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 택시, 테헤란 »의 영화적 장치는 아주 단순하다. 택시 안 요금기 위에 장착된 작은 디지털 카메라가 전부다. 영화 내내 이 카메라는 감독과 승객을 오가며 그들의 이야기와 상황에 집중하게 한다.  감독 자신이 택시기사를 자처하고 그 택시에 오르는 승객들은 연기를 하는 것인지 실제 상황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물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냐 극영화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테헤란의 거리(관광화면이 아닌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을 보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배우, 친구? )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서술적 전형성을 벗어나고 흔한 한 택시 안은 이란 사회의 축소형으로 다시 태어난다. 특별할 것 없는, 때론 유머스럽고 때론 극적이기도 한, 각 인물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이란 사회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파나히 감독은 설전을 벌이는 두 합승객을 통해 ‘사형제도’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자신을 알아 보고 동업제안을 하는  CD상인을 통해 영화제작, 상영 금지를 당한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번 비틀며,  우연히 만난 자신의 친구이며 반정부적이라는 이유로 자격정지를 당한 인권변호사는 이란 정부의 모순을 반증한다. 

감독과 초등학생 조카와의 귀가여정으로 이뤄진 영화의 마지막 장은 유쾌한 은유로 가득하다. 학교 과제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소형 사진기 카메라로 삼촌인 파나히를 촬영하면서 선생님이 가르쳐 준 ‘좋은 영화’(이슬람 율법에 어긋나지 않고 반정부적이지 않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조카의 모습은 통해 불합리한 영화(예술활동) 검열에 대한 완벽한 재현이다.  파나히가 잠시 

택시를 비운 사이 택시 밖을 촬영하던 어린 조카는 땅에 떨어진 돈을 몰래 주머니에 넣는 한 거지 소년을 발견하고는 소위 도덕적인 ‘좋은 영화’를 찍기 위해 그 돈을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요구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 하며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며 불안해 한다. 파나이는 조카에게 말한다. ‘지금껏 네가 찍은 게 바로 영화’라고.  그 어떤 화려한 영화적 장치나 짜여진 이야기는 없지만 ‘자신의 시선’으로 담은 모든 것이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이렇게 파나이 감독은 자신에게, 또한 우리에게 ‘영화 만들기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각자 다른 삶의 양식을 가지고 역시 다른 고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감독이 말하는 ‘영화적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우리는 모두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1960년 생인 자파 파나히 감독은 1995년 첫 장편 극영화 « 하얀 풍선Le balon blanc »으로 칸느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영화인생을 시작한다. 이란 땅에 발을 디디고 불합리한 금기에 맞서며 인본주의적인 그의 작품들은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지만 이어서 발표한 모든 영화들은 검열의 대상이 되고 이란에서 상영금지 조치를 당한다. 

2010년 이란 정부는 이슬람정부에 반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파나히 감독에게 영화 만들기 자체를 금지시켰으며 출국금지령과 함께 6년 수감을 선고했다. 하지만 파나히 감독은 영화 만들기를 멈추지 않는다. 유죄선고를 받은 후 2011년에 만든 첫 영화 «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 film»는 가택연금상태로 집안에서 촬영됐으며 영화 만들 권리를 박탈 당한 영화감독,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파나히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주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작품을 USB에 담아 과자에 숨겨 칸느영화제에 출품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 후 2013년 « 닫힌 커튼Pardé »에 이어 만든 « 택시, 테헤란 »은 영화에 대한, 인간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 또한 이란 내 상영 금지이며 올 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 상을 수상했다. 

PS) 얼마 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한국소식을 접했다. 부산시와 문화부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영화상영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는데 영화제 측에서는 상영을 강행했단다. 그 후 갑작스런(?) 감사와 함께 영화제 위원장의 사퇴압력이 가해져 영화인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연의 일치 일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세월과 함께  ‘검열’의 형태도 진화하는 것 같은 이 묘한 기운은 무엇일까 ?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인턴기자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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