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찾기, Car Boot's Sale

by 유로저널 posted Jun 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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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빨리 움직인다. 지금 보거나 겪고 있는 이것이 최신인가 싶은 순간 한 쪽에서는 이미 다른 새로운 뭔가에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다. 잠시 내가 움츠려 있는 그때에도 다른 이들은 내가 모르는 최첨단 기술의 공간 속에서 좀 더 진보되고 혁신적인 무언가에 목말라 있다. 나는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못한다. 컴퓨터를 쓰는 것이라고는 인터넷에 빠져드는 것이나 메일을 보내고 이렇게 워드작업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정말 컴맹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 드신 많은 분들도 있겠지만 젊은 세대 속에서 나는 분명 컴맹이다. 혹시나 작업을 하다가 이상한 창이 하나 떠도 깜짝 놀라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하고 영국에 살면서 영어를 한국말보다 더 많이 쓰고 있지만 영어로 된 컴퓨터 전문용어 –전문용어라 하기엔 일반 사람들이 쉽게 쓰고 있는 그런 용어-들을 듣거나, 혹은 화면에서 보게 되면 아직도 지레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친구들 말이 일단 컴퓨터를 혼자서 이래저래 조작해보고 실수도 하면서 스스로 알아가고 깨우치는 게 많으니 컴퓨터를 다루는 것은 따로 배우는 게 필요 없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일들에 있어서는 도전적이며 자발적인 나라고 자신할 수 있지만 기계를 만질 때에는 이런 당찬 자신감들은 한 순간에 내 몸 속에서 빠져나가 버리는 것 같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새로운 것에 민감하며 그것들은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기계들이 고장이 나거나 그 성능이 다한 것도 아닌데 진열장 속에 가지런히 디스플레이된 신제품을 보면 감탄과 함께 구매유혹에 한번씩 빠져드니 말이다. 기계조작에 둔한 나조차도 새로 나온 디지털 카메라나 노트북 등을 보면 둔한 내 손놀림과 무지한 주인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나의 오래 된 물건들의 공도 잊어 버린 채 그 물건들을 버리고 지금 눈 앞에 놓여진 저 새로운 것들을 수중에 넣고 싶어한다. 사봐야 최첨단의 그 기능들의 반조차도 사용하지 못할 게 뻔하면서도 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로움에 민감한 요즘, 오래되고 낡은 물건들을 사랑하고 그것들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마련되는 장터도 있다. 한국이면 어디라고 해야 할까. 남대문인가? 그건 아니다. 왜냐면 그 장터에 나오는 물건들은 남대문처럼 새것들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작은 골목에 있었던 헌책방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먼지 속에 엉켜진 책들 사이에서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고귀한 책 한 권을 찾아 헤매듯이 모여드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 바로 Car Boot Market이다. 넓은 주차공간에 상인들은 그들의 승용차를 주차시켜놓고 거기 앞에서 물건을 진열해놓고 판다. 주차시켜 놓은 차의 트렁크 속에서는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나오는데 물론 거의 헌 물건들이다. 길거리 쓰레기통 옆에서나 볼 법한 것도 있고 꽤 상태가 좋은 것들도 많다. 5파운드를 내면 누구든 상인이 될 수 있다. 당장 나라도 팔 물건이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이런 성격의 장을 가진 것 같다. 왜냐면 작년 독일 뮌헨을 여행하고 있는 중에도 이런 장터를 만났었으니 말이다. 영국 내에서도 많은 도시들이 정기적으로 사람들에게 이런 시장을 제공한다. 내가 주로 찾는 윔블던지역의 시장 ( Plough Lane, London)은 매주 수요일 10시부터 1시 반까지, 토요일, 일요일은 7시 반부터 12시반 정도까지 열린다. 하지만 그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수요일 같은 경우 장이 크지 않은 것에 비해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손님들의 경우 나이든 노인들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여성들의 모습이 많다. 하지만 토욜일의 경우 그 규모도 상당히 크며 아예 차를 장터 옆에 세워놓고 사는 물건들을 실어 나르기에 바쁜 사람들부터 가족단위로 나온 덩치 큰 집단의 움직임도 보인다. 이 두 장터의 물건의 종류는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여기 장터에는 진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누가 신다가 버린 듯한 신발에서부터 집의 한 공간을 넓게 차지하고도 남을 법한 큰 옷장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언뜻 보기에 ‘저런 걸 왜 들고 나왔을까’ 하는 생각과 ‘누가 저런걸 사겠어’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들도 있지만 그런 물건들조차도 거기에선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 일요일의 경우 생필품이나 음식거리들을 파는데 그냥 작은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라 토요일의 모습처럼 흥미거리는 없는 듯하다.

장에 가면 나를 포함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넘쳐난다. 도대체 다들 뭘 위해 여기 영국까지 왔으며 무슨 일들을 하면서 사는 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왜냐면 Central London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관광객일 거라는 생각이 크지만 여기에서는 대부분이 근처에 사는 주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길거리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다르다. 조금이라도 싸고 좋은 물건을 짚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 속에서 영국에서의 진짜 그들의 삶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또 다른 재미는 물건값을 깎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처럼 물건 값을 깎는 다는 것이 흔한 일도 아닐 뿐 더러 그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여기 Car boot market에서는 다르다. 안 깎는다는 것이 되려 이상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가격을 흥정한다. 상인들도 그것까지 계산을 한 후 가격을 미리 책정해 놓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 가격이라는 게 너무 싸기 때문에 가끔씩은 깎는 다는 것도 미안할 때가 있다. 1파운드짜리 고급스러운 시계를 발견했는데도 50펜스를 깎으려고 노력한다. 그 흥정의 과정은 너무나 우습다. 이미 짜여진 각본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것처럼 사려는 사람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질문을 하며 상인들 또한 한 두 번 거절을 한 후 결국 자연스레 싼값에 물건을 넘긴다. 그 거래가 성사됐을 때의 그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가 없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보물을 자신이 찾아 낸 듯한 느낌, 그 성취감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만족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얼른 준비한 큰 가방 속으로 넣어버린다. 그것을 탐내고 있었던 누군가에게 그 보물을 뺏기기 전에 말이다.

오래되고 낡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구식으로 보이고 무용지물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물건들 속에 배인 추억과 흘러온 시간을 함께 가지는 것이다. 크고 둔해 보였던 핸드폰은 사라지고 작고 얇은 모델, 그러면서도 다양한 성능을 가진 제품들이 대중화되고 있으며 오랫동안 사용해서 모서리가 닳아버리고 종이 색이 바랜 고서적을 뒤적이는 대신 검색어 하나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사용을 선호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과거를 느낄 수 있는 물건이 지금의 생활공간 속에 존재한다면 우리 삶의 모습이 좀 더 풍요롭게 보이지 않을까 한다. 토요일에는 보물찾기를 한번 해보자.    

* 이 글의 작가 김현화는 영국에서 작업활동을 하는 화가이다. 영국에서 일어나는 문화적인 사건이나 전시, 혹은 시각적인 예술성이 보이는 영상 등을 주된 소재로 다루며 그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에세이를 쓴다.  hhpeanut@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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