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거북이, 영국

by 유로저널 posted Nov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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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함께 가장 빨리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화가 이루어진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19세기 초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이동을 많이 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보다 편리한 교통수단이 필요했고, 이것을 계기로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 수단이 생겨나게 되었다. 1836년 2월 개통된 London and Greewich Line을 시작으로 영국 지하철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보다 효율적인 교통수단이 등장하면서 영국의 산업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으며 이는 전세계로 영향을 미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서 대영 제국이 형성되었다. 여전히 그때와 같은 영광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영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빠르다.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인터넷의 보급으로 그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었고 하루 24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졌으며, 이것이 사람들의 생활에 편리도 가져다 주었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물건을 아침에 부친다면 그날 안에 수신자에게 도착하고, 급한 서류나 문서들도 단 몇 초면 인터넷 메일을 통해 어디든 날아간다. 알고 싶은 것에 관한 정보를 위해 가방을 둘러메고 도서관으로 향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에 단어 하나만 쳐도 온갖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초고속이다. 그리고 안 되는 것이 없다. ‘안되면 되게 하는’ 나라다. 고장 난 컴퓨터나 물건이 있으면 당장 수리센터로 달려가 맡기면 된다. 그러면 몇 시간 뒤 모든 게 완벽하게 고쳐진 것을 이미 가지도 있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늦어도 2,3일 내로 물건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택배문화는 어떤가? 요즘은 택배운송비도 정말 저렴하다. 인터넷 쇼핑자수가 증가하면서 제품의 수령이 택배로 이루어지고 있고 도서 산간지역이 아니라면 하루면 충분히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환불이나 교환도 전화 한 통 후 다시 택배직원을 부르면 끝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행정처리도 일사천리다. 간단한 호적 등본을 떼는 것부터, 세금처리 등 모든 것이 인터넷화 되었다든지 행정사무소 직원을 통해 바로 그 자리에서 이루어 진다.

사실 이 모든 것이 어쩜 한국인의 급한 성격 때문에 가능해 진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급하다. 뭔가를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며 조금이라도 늦어진다던가 불가능하게 되면 다른 길을 찾아서라도 원하는 시간 내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 꼭 한국인만은 그런 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다면 적어도 다른 나라 국민의 국민성보다 그렇다는 것은 인정할 것이다. 이런 성격이 결국 나쁜 것만은 아닌 듯싶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국가발전을 가져왔으니 말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임은 정말 자랑할 일이다. 몇 달 전 한국에 잠시 갔을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철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TV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아직 지하철에서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영국에 있다가 한국으로 가니 모든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인터넷 속도도 세계 최고다. 요즘은 한국에서는 몇 분이면 웬만한 파일을 모두 다운 받을 수 있다. 길게는 하루도 걸리는 영국과는 정말 다르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이런 한국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작은 나라지만 IT강국이라는 자부심과 전쟁 후 가난한 나라이기만 했던 우리나라가 개발 도상국이 되고 다시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한 세기도 지나지 않고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한국인이라 자랑스러운 것들이 많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정말 그런 것 같다-

모든 것이 혁신적인 한국에서 벗어나 시작한 영국생활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영국에서는 아직 우편제도가 중요하다. 얼마 전 내 실수로 직불카드를 잃어버렸었다. 은행을 가니 새 카드를 우편으로 보내줄 것이며 5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5일 후 바로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새로 지정된 비밀 번호는 또 다시 5일 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인터넷을 설치를 시도했을 때에는 설치되기까지 거의 한 달은 기다린 것 같고, 가스사용에 관한 문의가 있어 전화를 했더니 한참을 걸쳐 기다렸던 상담원 연결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다른 상담원을 기다리기를 반복하여 결국 몇 시간을 그렇게 전화기를 들고 있었어야 했다. 수표를 현금화하는 것도 최소 3,4일이며 핸드폰을 새로 구입하는 것도 은행계좌 확인작업 등을 걸쳐 몇 시간이 걸린다. 모든 것이 인내심을 요하는 듯하다.

거대한 산업혁명을 걸쳐 세계강국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생활을 여전히 느리다. 메일로 보내는 것보다 편지로 부치는 것을 선호하고 전자시스템을 통해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문서화를 통해 행정결과를 남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는 것보다 아직도 이들은 책을 사랑한다. ­물론 이 부분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으나 한국과 비교 했을 때 상대적으로 충분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몇 번을 여행을 통해 다른 유럽나라를 다니면서 봤을 때 유난히 영국사람들이 이런 성향을 많이 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되던 것이 이젠 여기 안에 숨겨져 있는 삶의 풍요를 찾게 되었다. 모든 것이 느린 이 생활이 내 시간의 허비와 일 처리가 늦어짐에 대해 불평만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 안에는 ‘배려’가 숨어져 있다. 내가 뭔가를 재촉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여유를 가질 수 시간을 포기하고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빨리 택배를 통해 물건을 받기 원한다면 새벽부터 일하는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 또 누군가가 더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열심히 사는 삶일 수도 있으나 너무 바빠 삶의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느린 영국사회는 또한 생각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인터넷으로 짧은 시간에 얻은 지식과 달리 책은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 준다. 또한 컴퓨터를 끄면서 없어지거나 저장 후에도 삭제의 위험이 있는 자료가 아닌, 항상 옆에 두고 있을 수 있는 책은 생각의 연속성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한 영국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느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영국인들은 그들의 사회가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을 시간의 허비라고 생각하지 않고 먼저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에 대한 이해이고,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진 메일이 아닌 우편을 통해 가진 자료가 느린 것이 아니라 정확한 문서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나도 지금은 다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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