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름이 없는 집의 형태

by 유로저널 posted Oct 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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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처음으로 유럽배낭여행을 간 후로 난 유럽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여행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여행 중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물론 그 여행지에 사는 현지인들에게는 똑같은 일상이겠지만 여행자에게만큼은 그 지루한 곳도 신선하고 특별한 장소가 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여행지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적인 것들이나 풍경들을 보면 가슴이 떨린다.
가끔씩은 인접해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다름을 발견하면 아무도 찾아내지 못한 무언가 중요한 비밀을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뛰기도 한다.
나도 꽤 눈썰미가 있는 편이지만 같은 유럽권 나라의 사람들끼리도 조금씩 다른 생김새를 아직도 정확히 구별하는 게 어렵다. 아시아인이라고 하더라도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사람들이 한국인인 우리와 다르게 생긴 것처럼 여기 유럽의 사람들도 그러하다. 이제 조금씩 영국인들만의 특징적인 외모가 어떤 것인지 알아가고 있으며, 어두운 피부 톤과 우리와 비슷한 눈동자 색을 가진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같은 남유럽의 사람들은 쉽게 구분이 되고 있다.  가깝게 위치해 있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웃국가들 안에서도 이렇게 생김새와 언어, 문화가 천차만별인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특히 유럽이라는 대륙은 많은 나라들이 속해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유럽연합으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 그만큼 그들은 어쩜 독립된 하나하나의 나라로서 인식되기보다 유럽이라는 큰 공동체와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 나라들 사이의 특징적인 뭔가를 발견하면 놀라움이 더욱 큰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여행을 즐긴다.
젊은이들은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나오기도 하고, 금방 결혼한 신혼부부들도 낭만을 꿈꾸며 유럽으로 향한다.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유럽은 한번쯤 가고픈 동경의 여행지일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여행에 관한 대화를 자주하는데 몇몇의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지만 몇일이 지나면 영국에서 본 교회가 프랑스에서 본 것과 같아 보이고 이탈리아 미술관에서 감상한 그림이 스페인에 있는 것과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고 한국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자신들이 본 그림이 어디서 본것인지, 사진 속에 남아있는 교회는 어느나라의 것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수박겉_기식의 여행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에 맞게 여행사들도 짧은 시간내에 다 소화하기도 힘든 빡빡한 여행일정을 가진 상품들을 내놓는다. 그러면 여행자들은 여행사에서 맞춰준 일정에 따라 허둥지둥 따라다니기에 바쁜것이다.
건축에 관한 지식이나 미술에 관한 안목이 없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아름다운 것에 대해 감상을 하거나 느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 이같은 알맹이없는 여행의 주된 원인일 것이다.
짧은 지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놓칠 수 밖에 없는 예술작품들의 가치는 뒤로 하더라도, 여행자 자신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유럽안의 많은 나라들의 독자적인 특징이나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 내에 여기저기 여행을 하면서 내가 발견한 것들은 많다. 사람들의 생김새를 조금씩 구별해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 중에서도 요즘 관심 있게 관찰하는 것은 '집'에 관한 것이다.
영국의 보통 가정집들은 다른 유럽의 집의 구조나 느낌과 많이 다르다.
작년 체코여행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영국의 집들은 정말 일관적이다. 내가 만약 영국에서만 살고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가본적이 없다면 여기 영국에서 보이는 집들의 풍경이 유럽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갔을 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여행을 통해 본 수많은 나라들의 집들과 비교해보면 이것은 분명 영국만의 특징인 것이지 유럽전체의 모습이 아니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있어 몇 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큰 전시들도 볼 겸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일에 들렀다.
이번엔 좀 길게 있을 수 있어서 친구가 학교를 간 사이에 혼자서 길을 걷기도 하고 구석구석 숨겨진 독일스러운 모습들을 찾아다닐 수가 있었다.  
독일의 집들은 덩치가 좀 큰 편이다.
영국의 집들 같은 경우 크기는 크더라도 그 안에 여러세대가 사는 디테취트 하우스(detached house)이기 때문에 실제 한 가족의 집의 크기는 작은 편이다.
그것보다 집들의 외관이 정말 다르다. 영국은 벽돌집이 많다. 뿐더러 지붕의 각도나 창의 모양이 일정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모든 집의 생김새가 비슷해보인다. 또한 모든 집의 지붕의 색이나 벽돌의 색들도 비슷해서 골목 사이사이를 일일이 살펴보아도 특별하거나 독특한 집을 찾기 힘들다.
독일에서 길을 걸을때면 창문의 색, 모양, 하다못해 지붕의 모양도 다르니 집구경을 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어떤 집의 벽은 영국과 같이 벽돌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것도 집마다 색이 다르고, 어떤 집은 벽에 다양한 색을 칠한다. 노란색의 벽에 빨간색 지붕, 하늘색 벽에 어두운 밤색 지붕 등 그 색의 조화가 하나같이 별나기 때문에 거리는 다양한 색들로 넘쳐난다. 길에서 올려다보면 창이 나있는 구조도 다르다. 영국은 창문의 모양이나 위치가 비슷하다. 비슷한 모양의 창과 창틀, 그리고 가끔씩은 좌우 대칭으로 보일정도로 놓여진 일관적인 위치를 가진다. 하지만 독일은 영국의 반듯한 형식과 다르게 창문과 대문의 놓여짐이 개성 있다.
지붕에 나있는 창문도 어떤 것은 높이가 높고 좁은 창으로 되어있고, 또 다른 집같은 경우는 낮고 아주 작은,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것처럼 아기자기해보인다. 하다못해 굴뚝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높고 낮은 정도가 다른 것은 기본이고 어떤 것은 굴뚝에 특이한 모양의 지붕이 씌어있기도 하고, 네 면 하나하나에 작은 구멍을 내 굴뚝자체만으로도 '다름'이 존재한다.
개성 있고 다양한 집의 구조와 색들이 도시전체의 풍경을 좌우할 수 있다. 이것을 영국인이 모를리가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독일과 같은 다른 선진 유럽국가들은 오래되어 허물어진 벽이나 낡은 창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에 발빠른 것에 비해 영국은 아직 많은 집들이 수백년전부터 있던 얇은 나무창을 고수하고 바랜 벽돌의 색들을 남겨놓는다. 영국인은 헌것을 부수고 새것을 만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오래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그들에게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즈음이나 대대적으로 지어졌을 법한 집들이 가득히 늘어서 있고 그보다도 더 오래 돼 보이는 집들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것이 그들만의 자부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을 짓는 방법이나 집의 구조는 그 나라의 자연환경이나 집을 짓는 데 쓰이는 재료의 공급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의 집들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형태나 구조가 일정하고 규칙적인 것은 어떤 요소와 연관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오래된 것들을 보존하는 것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이라지만, 요즘도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새로운 집을 올릴 때 그 규칙과 같은 일관적인 집 설계를 유지한다.
영국의 건축역사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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