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를 도화지 삼아

by 유로저널 posted Feb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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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과 같은 큰 도시에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새로운 볼거리나 경험할 수 있는 문화가 많다는 것이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문화나 사고의 차이에 의해서 생기는 위험한 일들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그건 같은 민족끼리 살면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인 것인데 당연한 결과가 아닌 듯싶다. 걱정스럽고 우려되는 이야기들은 접고 흥미거리에만 집중해보자.

다양한 민족의 흡수는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한국에서 듣지 못했던 리듬의 음악을 접할 수 있고 나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멈추고 거기에 집중한다. 생소하게 생긴 악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거기서 나오는 멜로디가 흥미롭다. 굳이 콘서트나 음악회를 가지 않아도 우리에게 쉽게 많은 음악들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럼 미술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챘을 수도 있으나 미술은 늘 우리의 생활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쉽게는 거리 곳곳에 배치된 광고들도 ‘디자인’이라는 미술의 한 분야에 의해 보여지는 것이고 지하보도나, 도로 옆 벽에 다양한 색의 타일로 만들어 놓은 모자이크 이미지도 거리 미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직접 그린 작품들은 거리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길거리 곳곳에 스프레이 등으로 낙서를 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런 많은 낙서들은 공공시설이나 타인의 소유물에 손상을 해 놓은 나쁜 행위이다. 뭔가를 예쁘게 꾸며 놓겠다는 의지에서가 아니라 홧김이나 재미 삼아 담벼락에 말도 안 되는 욕설을 적어 놓거나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휘갈겨 놓고 누군가는 사라져 버린다. 이런 것들은 도시인들에게 시각적 피해를 주는 것이 분명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망가트리는 요소이다.

하지만 어떤 한 사람이 남몰래 벽에다 그림을 그려놓기 시작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기쁨을 선사한다면 어떨까? 그 사람이 공공시설을 훼손했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뱅크시라는 영국인 화가가 바로 이런 사람들 중에 한 명 이다. 뱅크시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낙서 화가이다. 그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길거리 벽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내용으로 벽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해 그리기도 하였다. 사실 이러한 위험한 행동이 그를 유명화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거리에 낙서를 하기 전 그는 그냥 많은 무명화가들 중에 하명이었고, 거리를 낙서로 채워가기 시작하면서 그에게도 명성이 주워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많은 거리 낙서들이 시 당국의 거리 청결 등의 이유로 지워졌다. 현대미술을 하는 예술가의 눈으로 보자면 때론 불법으로 행한 낙서들도 분명 예술 작품의 하나이고, 그의 행위 또한 독창적인 예술가의 해프닝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객관적이고 엄격한 시 당국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것은 분명 법에 어긋나는 바르지 못한 행동일 것이다. 그들의 의무를 생각한다면 뱅크시의 작품을 지워 다시 이전의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시 전체의 깨끗한 이미지를 위해 도시 계획 당국은 뱅크시의 작품을 지워버리기에 바빴지만 실제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그 낙서들은 빡빡한 도시 생활 속에 웃음을 선사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아무것도 없는 벽을 바라보며 거기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다. 뱅크시가 특정한 벽에 그림을 그려 놓기 전에서는 분명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어쩜 위험지역이거나 악취가 나는 구역이라 사람들이 그곳을 피해 다녔을 수도 있다. 이런 전혀 무관심한 공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요소를 남긴 것이 뱅크시이다. 도시 당국은 지워버리기에 바빴을 수 있으나 막상 그것을 생활 속에서 접하는 사람들은 뱅크시의 거리 낙서를 사랑한 것이다.

2년 전, 이슬링턴 구청이 뱅크시작품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였다. 사실 지금은 많은 유명인들이 그의 작품을 고가에 구입할 만큼 그의 작품 가치는 높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런던 시내의 많은 구청들은 뱅크시의 거리 작품들을 지우고 거리의 깨끗함을 우선시 했었다. 이렇게 딱딱하고 엄경한 공무원들도 이제 생각을 바꾸고 있다. 삭막하고 어두운 런던의 거리에서 뱅크시의 작품은 훈훈한 감정을 찾아주고 삶의 활력과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긍정적인 요소를 가졌다는 것을 안 것이다. 점점 일반 사람들도 평소 자신들에게 기쁨을 주는 거리 낙서가 단순한 낙서가 아닌 한 화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욱 뱅크시의 작품을 복원하려는 시 전체의 분위기에 기뻐하고 있는 듯 하다. 더욱 놀랍게는 뱅크시의 작품이 누군가의 낙서에 의해 훼손될 경우는 뱅크시 거리낙서를 보호하는 전담 공무원들에 의해 다시 복원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바로 인정하지는 않아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요소를 결국 조금씩 받아들이는 영국의 문화의식에 놀라게 되고, 여기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다양한 민족이 엉켜있는 런던 안에서의 작은 조화를 보게 된다. 런던은 사실 많은 민족들이 모여 살지만 서로 화합하고 의지하면서 사는 곳이 아니다. 어떤 지역에 가면 흑인들이 넘쳐나고 어떤 지역에는 이슬람인들이 넘쳐난다. 뉴몰든이 한인 타운이 된 것처럼 실제로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거나 같은 문화를 가진 이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사람들은 안전함을 느끼고 서로간의 결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런던은 다양한 민족의 무리들의 집합체인 것인데, 이런 런던에서 길거리 예술들은 어쨌든 모두가 런던이라는 한 곳에 모여있고, 같은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공동체의식을 가지게 할 수 있다. 같은 것을 보고 그것이 좋은 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문화적 시각은 결국 그리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문화는 다양해지고 변화할수록 더욱 가치가 높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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