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전 추가 재검토해야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2028년과 2029년까지 각각 1천500㎿ 규모의 원전 2기 건설 등을 내용으로 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골자는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짓는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한 것은 적절한 결정으로 보인다.
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종식하기로 한 주요 7개국(G7)의 결정 등 국제 추세와도 맞는다.
문제는 원전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원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전력수요 예측을 부풀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전 후보지로 거명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최종 입지는 2018년까지 선정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이날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밝힌 전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9년까지 부족한 전력수요를 위해서는 약 3천㎿의 원전 2기 건설이 필요하고, 6월 말까지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추가원전건설 계획과 관련, 후보지로 현재까지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삼척에서는 2014년 10월 주민투표 결과 85%가 반대했고, 올 4월 영덕군의회의 여론조사에서는 주민 59%가 반대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정부와 해당지역 주민 간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한다. 특히 영덕 주민의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영덕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이유이다. 위원회는 원전 건설이 지역주민을 무시한 채 이뤄진다며 정부를 불신한다.
위원회가 “현재까지 아무런 주민의견 수렴절차가 없다”고 외치는 까닭이다.
따라서 정부의 신중한 원전 건설 추진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주민 반발만 부를 뿐이다. 원전 건설은 국가 에너지 정책에 따른 불가피한 사업이다. 하지만 사업에 앞서 주민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행정 낭비를 줄이고 지역사회 분열과 후유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게다가 정부가 내세운 전력부족량에 대한 자료도 부실하다. 전력소비량이 정부가 추정한 만큼 계속 증가할지, 그에 기반한 원전 신설만이 유일한 대안인지는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앞으로 15년 동안 국내 전력수요가 연평균 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은 2013년 6차 계획(2.5%)은 물론 경제성장률 전망치(3.06%)보다 낮다. 주목할 점은 2012년 이후 전력수요 증가율이 0%대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강제적인 전력소비 억제 수단을 동원하고 전기요금을 올리는 등 특수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성장 둔화로 전력수요가 정체기에 들어간 게 이유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전제로 삼은 성장률보다 크게 낮은 2% 안팎을 예상하는 민간기관들이 많다는 점에서 정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보다 적극적인 확대책이 요구된다.
이는 신기후체제인 '포스트 20 20'에 적극 부응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전기절약과 에너지효율이 높은 설비 대체를 통해 발전설비를 늘리지 않고도 예비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요금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일방적인 강행이 능사가 아닌 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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