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플레이어

by 유로저널 posted May 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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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의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내용인즉 세계적인 바이올니스트 죠수아 벨(39)이 거리의 악사로 분하여 출근길의 워싱턴의 랑팡 지하철역에서 연주를 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관찰한 것. 그가 사용한 악기는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45분간의 연주에 그가 번 돈은 고작 32달러였다. 대략 1분에 1000달러 정도의 개런티를 받는 그가 1분에 1달러도 못 번 것이다. 그 후 이와 비슷한 실험이 영국의 워털루역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타스민 리틀과 서울 강남역에서도 피호영 교수에 의해 행해졌는데 결과는 마찬가지로 저조했다. 영국에서는 14파운드 10실링(약 2만 5천원), 서울에서는 1만 6900원의 수입을 얻는데 그쳤다. 이 결과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출근길의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내 귀에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이 들려온다고 할지라도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이 기사를 접하면서 파리의 지하철 악사들이 떠올랐다. 진짜 지하철의 악사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서 연주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예술에 대한 심각한 물음을 나에게 던져준 영화였다.

  파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아르망(Armand)은 그의 천재적인 재능으로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정상급 연주자이다. 하지만 점점 세속화되어가는 음악계에 환멸을 느끼고 청중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음악에 자괴감으로 고뇌한다. 결국 자신의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리고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파리의 지하철역. 그 곳에서 아르망은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 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정 팬도 생기고 자신의 음악을 찾아가는 듯 하지만 연주장소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결국 불량배들에 의해 바이올린이 산산조각 나고 만다. 결국 아르망은 녹음기에서 흐르는 자신의 연주에 몸을 악기 삼아 연주를 계속 하려 하지만 녹음기 마저 고장이 나자 좌절감에 이성을 잃고 환각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때 나타난 옛 친구가 그에게 바이올린을 건네주고, 그는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 혼신을 다해 연주를 한다.

기돈 크레머의 음악

  1994년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으로 제작된 영화’바이올린 플레이어 (Le Joueur De Violon)’는 앙드레 오데의 소설 <무지칸트>를 원작으로 하였으며 샬리 반 담 (Charlie Van Damme)이 메가폰을 잡고 리샤르 베리 (Richard Berry)가 주인공인 아르망 역을 열연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를 연기한 리샤르 베리는 전문가의 눈에는 어설픈 감이 없지는 않지만 모든 곡에서 활과 운지법을 정확하게 연기해내어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실제의 영화 속에 흐르는 바이올린은 ‘기돈 크레머’ (Gidon Kremer)의 연주로 그는 이 영화를 본 후 단번에 매료되어 영화음악에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 전편에 걸쳐 그의 바이올린 연주가 흐르는데,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소개하면 영화 초반부 아르망이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리허설을 하는 장면이 있다. 아직 연습이 시작되기 전 모든 악기들이 어수선한 가운데 아르망이 팀파니 주자의 연습소리에 맞추어 바로 카덴짜(Cadenza: 협주곡에서 독주자의 즉흥연주 부분, 지금은 거의 이미 작곡된 카덴짜를 연주한다.)를 연주하는데 아르망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이 곡은 독일의 작곡가 슈니트케(Schnittke)가 작곡한 것이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음악을 세속 되게 만드는 천박한 지식인들을 향한 조소와 분노를 벨기에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자인 유진 이자이(Eugene Ysaye)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의 1악장으로 멋지게 표현해 내었고, 지하철 역에서 또 다른 거리의 첼로 악사와 연주하는 곡 “Le Boeuf”는 블라디미르 멘덴스존(Vladimir Mendelssohn)의 곡으로 바흐의 샤콘느 선율을 이용한 곡이다.

예술을 넘어 삶의 대한 물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에 흐르는 바흐의 샤콘느(Chaconne)연주이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15분에 아무런 대사 없이 샤콘느 전곡을 들려주는데 이 영화는 이 15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옛 친구에게서 새로운 바이올린을 받은 아르몽은 다시 연주를 시작하지만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서만 모여 있는 지하철역에서 음악은 부질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내 멈추고 만다. 하지만 그 때 죽어가는 한 노인이 음악을 연주해달라고 애원하고 그는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던 노숙자 노인의 눈빛은 다시 살아 오르고, 좌절에 빠져있던 흑인댄서는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고, 서로 손은 잡은 채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눈다. 그리고 음악을 부탁했던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숨을 거둔다. 아르망의 음악이 이 지하세계의 사람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준 것이다. 그리고 그가 추구하려던 음악도 완성되는 순간이다. 예술에 대한 물음으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시작했지만 더 깊게 들여다 보면 이 영화는 우리에게 예술을 넘어서 삶의 목적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우리의 삶의 목적에 대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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